매일신문

'돈 쉽게 벌려다 쪽박 찬다' 대학생 불법 다단계 주의보

입학시즌 감언이설 판쳐

'학비 벌어보려 시작한 다단계의 끝은 신용불량자'.

대학생 김모 씨는 연락이 끊겼던 고등학교 친구가 사무용품 업체에서 일을 하고 있다며 일이 많으니 도와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김 씨의 친구는 가정 형편도 어려울 텐데 학비를 벌면 부모님의 짐을 덜어 드릴 수 있지 않겠느냐고 김 씨를 설득했다. 결국 김 씨는 아르바이트한다는 생각으로 친구가 다닌다는 회사를 찾았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에 학자금 대출 1천만원을 받아 물건을 구입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다단계 업체였다.

김 씨는 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는 직급까지 올라가기 위해 추가로 대출을 받아 물건을 구입했고 결국 돈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김 씨는 "부모님께 도움을 드리려고 시작했는데 오히려 미안해서 집에도 못 가고 있다"며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하고 있지만 대출 이자율이 높아 이자 갚기도 벅차다"고 말했다.

대학 입학철을 맞아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학생을 판매원으로 모집하는 불법 다단계 피해주의보를 내렸다.

최근 공정위는 판매원 가입조건으로 수백만원에 이르는 물건을 구입하도록 설득해 3만여 명에게 1천100여억원의 피해를 야기한 대학생 다단계업체 2개사를 적발했다. 방문판매법상에는 판매원 가입조건으로 연간 5만원 이내에서만 부담을 지울 수 있다.

전문가들은 "대학교 등록금 부담이 점점 커지고 청년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대학생들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미끼로 유혹하는 불법 다단계에 빠지고 있다"며 "한번 발을 들이면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때까지 그만둘 수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 높은 직급 올라가려 대출받으면 결국 신용불량자 신세

대학생 불법 다단계는 본인의 피해를 타인에게 전가해야만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인간관계를 해치고 피해 확산이 빨라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불법 다단계회사들은 학비나 생활비 부담 때문에 고민하는 대학생들을 감언이설로 유혹한다. 특히 평소 알고 지내는 친구나 동창, 군대동기 등을 이용해 대학생들을 유인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다단계 회사에 소속된 이들이 주변 대학생에게 안부전화를 한 뒤 유명회사에 일자리가 있다거나 취직이 되었다면서 약속을 잡은 후 다단계 회사나 혹은 회사가 운영하는 합숙소로 대학생을 유인한다.

고소득을 내세운 구인광고로 학생들을 모집하기도 한다. 광고를 보고 연락을 하면 면접을 보러 오도록 한 뒤 새 휴대폰을 개통하도록 하거나 쇼핑몰 분양 명목 등으로 돈을 받아낸다.

불법 다단계회사들은 합숙소, 찜질방 등에서 공동생활을 강요하며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세뇌교육 후에 대출을 강요한다. 많은 학생들이 이 과정에서 신용불량자로 전락한다. 하지만 일단 합숙소 생활을 하게 되면 상위판매원들이 하루 종일 감시하기 때문에 벗어나기는 더 쉽지 않다. 합숙소나 회사를 가기 전 뿌리쳐야만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상위판매원들은 대출을 받도록 집요하게 권유를 하고 거부하면 폭언, 폭행, 협박도 일삼고 있다. 물품 구입을 거절하는 학생들에게는 상위판매원과 일대일 면담과정을 거친 후 물품 구입을 결정할 때까지 면담을 지속하는 등 각종 불법행위로 물건을 강매한다.

구입한 물품의 경우 합숙소의 방장이나 상위판매원들이 합숙을 같이하는 판매원들에게 반품이 불가능하도록 교육을 시킨다. 동료 판매원들이 다른 판매원의 물품을 사용하거나 하는 방법으로 교묘하게 환불을 방해하기도 한다.

또한 다단계 업체들은 물품 구입 후에는 판매원으로 등록해 더 많은 물품을 구입하도록 하고 있다. 대출금과 이자를 갚기 위해서는 후원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는 직급으로 빨리 승진해야 한다며 물품 구매를 강요하고 있다. 결국 피해학생들은 이자 감당을 하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사례가 많다.

◆다단계 피해자는 반드시 공정위나 경찰에 신고

불법 다단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피해를 보거나 강요받은 대학생들이 공정위나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공정위는 불법 다단계업체들이 일반사업자와 달리 모든 업무가 구두나 암묵적 지시의 형태로 이루어져 불법행위 증거자료 확보가 곤란해 사진, 메모 등 기록을 남겨 신고 시 증거자료로 제출하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또 피해구제나 물품 구매 후 환불을 원할 경우에 공제조합(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 02-2058-0831, 직접판매공제조합 02-566-1202)에 신청하면 된다. 판매원은 물품 구매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소비자는 14일 이내에 환불이 가능하다. 미등록 다단계의 경우 신고포상금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공정위는 대학생 불법 다단계 피해를 막기 위해 실제 피해사례를 자료로 제작해 전국 주요대학교에 배포하고 방문 설명할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홍보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나 SNS를 통해 전파할 예정"이라며 "취업'부업을 희망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구직사이트(잡코리아, 알바인)에 피해예방 광고도 게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