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구룡포

구룡포(九龍浦)는 여러모로 멋진 곳이다. '9마리 용이 있는 포구'라는 이름부터 재미있지 않은가. 이 이름의 유래는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에 담겨 있다. '신라 진흥왕 때 장기현령이 마을을 순시하다 바닷가에 이르렀다. 갑자기 폭풍우가 휘몰아쳤는데 바다에서 용 10마리가 승천하다가 그중 1마리가 떨어져 죽었다. 바닷물이 붉게 물들면서 폭풍우가 그쳤는데 9마리 용이 승천한 포구라 해서 구룡포라고 했다.'

바다에서 용 1마리가 떨어져 죽은 이유는 뭘까? 완전한 느낌을 주는 십(十)보다는 다소 부족한 듯하지만 정감 있는 구(九)라는 명칭이 낫기 때문이 아닐까. '십룡포'보다는 '구룡포'가 부르기에도 훨씬 좋다. 용 1마리가 죽어 거름이 됐기 때문인지, 앞바다는 그야말로 수산물의 보고다. 1920년대 일본인들이 항구를 만든 이후 어업 기지로 유명해졌다. 우리가 겨울철에 좋아하는 대게, 오징어, 고래, 과메기는 상당 부분 이곳에서 잡히고 생산된다.

그렇지만 상품화는 다른 지역의 몫이었다. 대게는 영덕에, 오징어는 울릉도에, 고래는 울산에 빼앗겼다. 영덕에서 판매되는 대게의 60%는 이곳에서 출하되고 오징어는 울릉도보다 2배나 많이 잡는다. 구룡포읍과 호미곶 경계에 있는 다무포 앞바다도 유명한 고래 서식지다. 남아있는 것이라고는 최근 들어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과메기 하나뿐이다. 포항 시민의 경우 전국의 친지들에게서 과메기를 보내달라는 얘기를 자주 듣는 걸 보면 상품화에는 성공한 듯해 그나마 다행스럽다.

요즘에는 구룡포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구룡포의 매력이 입소문을 탄데다 국도 우회도로까지 뚫려 교통이 편리해졌기 때문이다. 겨울철 주말이 되면 구룡포읍내는 몰려온 외지인들로 인해 교통체증을 빚을 정도가 됐다. 가족들은 포구 인근 대게집을 기웃거리고, 연인들은 호미곶의 바닷가를 거닐고, 여행자들은 일본인 가옥 거리와 바닷가 주상절리, 고인돌을 둘러보는 모습이 눈에 많이 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어선들과 투박한 잠수복을 입은 해녀들의 물질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이곳만의 장점이다. 먹거리와 볼거리, 바닷가의 낭만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매력 넘치는 곳이다. 주말 큼직한 대게를 한껏 먹고 쓸쓸한 겨울 바닷가를 끝없이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박병선 동부지역본부장 l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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