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간 동화 속의 그림책을 통해 전 세계 어린이들과 어른들의 사랑을 받아온 앤서니 브라운(Anthony Browne)은 어린 시절 갑자기 아버지를 여의고 고독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그림을 그리며 성장기를 보냈다. 그러면서도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아버지의 존재는 언제나 부정적이었다. 이 때문에 그의 그림을 접하는 사람들로부터 다소 가혹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옛날 어머니가 간직했던 낡은 가방 속에서 아버지의 오래된 잠옷 가운을 발견하고 어린 시절 아버지를 통해 느꼈던 정겨움과 모든 곳에 스며든 아버지의 따뜻하고 강한 기운을 감지한다. 그리고 마침내 나름의 언어가 숨겨져 있는 '우리 아빠가 최고야'라는 동화책을 시리즈로 엮게 된다.
현재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전시 중인 '우리 아빠가 최고야' 시리즈는 언제나 잠옷 가운을 걸치고 있는 아버지가 등장한다. 어린 시절 의식적으로 아버지의 모습을 지우려 했던 앤서니 브라운이 바로 이 잠옷 가운을 발견한 이후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아버지를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사랑의 매개체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은 바로 아이의 입장에서 바라본 아빠의 모습이 담긴 그림이다. 작품을 풀어나가는 그림책의 화자(話者)는 그림 속에 등장하는 아버지를 다소 과장되게 소개하지만, 그 모습은 철부지 아이들이 바라본 아빠의 모습 그대로이다. 그러면서 그림 속 이미지는 아이와 아빠의 끈끈한 관계를 이어주고 있다.
"우리 아빠는 최고예요. 커다랗고 험상궂은 늑대도 안 무서워하고, 달을 뛰어넘을 수도 있어요. 달리기도 잘하고, 힘도 무척 세요. 집채만큼이나 몸집이 크고, 곰 인형처럼 부드러워요. 춤도 멋지게 추고, 노래도 굉장히 잘 부르지요. 우리 아빠는 정말 최고예요. 그중에서도 가장 최고인 것은 아빠가 날 사랑한다는 거예요. 언제까지나 영원히요."
작중 주인공인 아이가 아빠를 칭찬해 주는 것 또한 무엇이든지 불가능이 없이 척척 해내는 멋진 아빠의 모습이 아이의 눈에 그대로 투영되기 때문이다.
앤서니 브라운은 어린이들이 일상적으로 느끼는 불안감, 가족 간의 의사소통과 단절 등 현대 사회에서 나타나는 가족 형태에 집중하며 그들이 갖는 갈등과 결핍 그러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을 아기자기하게 긍정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미애 (수성아트피아 전시기획팀장)
▶~12일/수성아트피아 전관/053)668-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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