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가지 않은 길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중)

우리 인생은 항상 선택의 연속이다. 하루만 보더라도 아침에 눈 뜨는 순간부터 선택의 기로에 선다. 조금만 더 잘까, 바로 일어날까? 영국의 한 설문조사를 보면 보통 사람이 평생 내리는 결정은 77만 건쯤 되고, 그 중 14만 건 정도를 후회한다고 한다. 누가 평생을 헤아린 것은 결코 아닐 테고 아마 일반 성인이 대략 하루에 27건의 판단을 내린다는 것에 근거를 둔 것이겠다. 또 다른 미국의 연구 조사에서는 신중한 판단이 하루에 약 30건이고 자질구레한 것들까지 치면 150회가량이라고 한다.

가히 하루 종일이 선택의 연속이다. 그런데 서로 다른 대륙에서 나온 두 연구의 결과는 '결정의 최소한 5분의 1에 대해서는 후회를 하게 된다'는 점에서 사뭇 비슷하다. 심리학자 김정운 교수의 말을 빌리면 후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단다. 자신이 '행한 행동에 대한 후회'와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가 그것이다. '왜 했을까?'와 '왜 안 했을까?'를 두고 후회한다는 말이다.

이 두 가지 후회가 미치는 심리학적 영향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한다. 바로 시간의 차이 때문이다. '해 버린 일에 대한 후회'는 최근에 일어난 일과 관련되어 있고,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는 오래전에 일어난 일과 관련되어 있단다.

바꿔 말하면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는 오래 가는 반면 '해 버린 일에 대한 후회'는 바로 끝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왕에 후회를 할 바에는 '못하고 평생 후회하느니, 해 버리고 잠시 후회하자'는 이야기가 나올 법도 하다.

사람들이 마지막 순간, 삶을 돌아봤을 때 가장 후회하는 것은 무엇일까? 호주에서 말기 환자들을 보살폈던 호스피스 간호사가 환자들의 임종 직전 '깨달음'을 기록해뒀다가 최근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다섯 가지'란 제목의 책을 펴냈다.

그중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내 뜻대로 한 번 살아 봤었다면'이다. 임종을 앞둔 환자들은 평생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기대에 맞추다 내 뜻대로 살아보지 못한 것에 대해 가장 후회를 많이 했다. 그래서인지 미국의 어느 시인은 '현명한 사람은 자기 나름의 결정을 내리지만, 무지한 사람은 대중의 의견을 무작정 좇는다'고 했다. 해마다 이맘때면 의대를 갓 졸업하는 새내기 의사들이 자신들이 수련할 병원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들이 인턴을 마칠 때쯤이면 더 중요한 결정, 즉 전공 분야를 선택해야 한다. 어떠한 선택에도 후회는 따를 수 있다. 그들의 결정이 최선이기를 바란다.

정호영 경북대병원 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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