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이탈리아 남부의 카스텔라마르 디 스타비아 시는 초미니스커트나 가슴골이 드러나는 옷을 입은 여성에게 500유로(약 75만 원)의 벌금을 매기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모범 시민으로서 지켜야 할 예의범절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법이 통과되자 여성들이 시청에 몰려가 거세게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노출도 패션의 일부라는 의식이 강한 요즘 여성들에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임이 분명하다.
1960, 70년대는 우리 복식사에서 치마가 크게 주목받는 시대였다. 미니스커트 열풍이 한국에도 불어닥쳤다. 미니스커트는 1960년대 청년문화의 상징이자 젊은이들의 패션 아이콘이었다. 메리 퀀트(Mary Quant)가 런던 킹스로드에 연 부티크 '바자'를 진원지로 미니스커트의 물결이 전 유럽을 휩쓸고 세계 패션혁명을 촉발했다. 하지만 퀀트조차 인정하듯 미니스커트의 유행을 주도한 진정한 주인공은 1960년대 거리의 소녀들이었다.
파월 장병들이 귀국 선물로 가져오면서 알려진 월남치마 또한 삽시간에 유행을 탔다. 월남치마는 한복이나 양장, 몸뻬가 주류였던 당시 중년 여성 옷차림에 일대 혁신이었다. 나이론 천으로 된 긴 통치마인 월남치마는 요즘으로 치면 '국민 치마'의 반열에 오를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질기고 편해서 허드렛일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요즘 일부 멋깨나 부리는 여학생들 사이에 두 종류의 교복 치마가 유행이라고 한다. 치맛단이 무릎 언저리인 대내용과 무릎 위 20㎝까지 올라간 대외용 미니스커트다. 학교에서는 대외용 치마 위에 대내용을 입고 있다가 학교 문을 나서면 대내용은 벗어버리고 거리를 활보한다는 것이다. 통상 59㎝인 치마 길이가 최근에는 무려 34㎝로 짧아져 '하의 실종'이라는 유행어까지 등장했다.
새 학기를 맞아 인터넷 교복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짧게 줄인 교복을 사고파는 글들이 넘쳐나고 있다는 보도다. '짧치'(짧은 치마), '똥치'(짧치보다 더 짧은 치마), '빽치'(몸에 딱 달라붙는 치마)와 같은 은어로 통하는 불량 치마 구하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인권조례와 복장 자율화를 의식한 여학생들이 너도나도 교복 멋 내기에 나서면서 빚어지는 일이다. 비록 불량 치마라는 꼬리표가 붙을지언정 미니스커트에 대한 소녀들의 판타지는 시대가 변해도 달라지지 않을 듯싶다.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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