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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의 시와 함께] 송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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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수에서만 산다 개울로 흘러드는 샘물을 서로 먼저 마시려 떼를 지어 욜욜거린다 물정 모르는 어린애들처럼 순진해서 곧잘 낚인다 어망에 갇히면 가슴이 답답해서 곧장 죽어버리는 녀석들도 있다 성이 송 씨여서 초등학교 때부터 송사리, 송사리라 불린 진짜 송사리 같이 맑고 여린 친구가 있었다 탁류 같은 서울은 겁이 나서 못 살고, 대구쯤에서 그것도 한적한 변두리에서 겨우겨우 숨을 몰아가며 살고 있다 초등학교를 떠나지 못하고 문구점을 하며 커다란 두 눈 껌벅이고 있다 고향 떠나 잡어가 다 되어버린 친구들 사이에서 전설이 되어가고 있는 친구, 인터넷에서 '송사리'란 카페를 열어놓고서 여기저기에다 샘물을 퍼 나르는 친구, 나같이 눈이 퇴화된 잡어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그 방에 들어가면 누구나 금방 이마가 둥글고 눈이 순한 송사리로 변해버리고 만다

  최서림

이서국(청도)으로 가는 길을 환상적으로 보여주었던 최서림 시인이 요즘 민물고기를 소재로 재미있는 시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송사리네요. 맑은 물에서 떼로 몰려다니는 조그만 민물고기.

이 순한 민물고기가 한순간에 문구점 아저씨로 변하였습니다. 일종의 변신 이야기네요. 모두들 야망을 품고 탁한 바다를 향해 내려갈 때 샘물 근처에 남아, 잡어가 되어버린 친구들에게 그 근원을 떠올리게 하는 친구.

이 친구분의 문구점에서 고무 달린 연필이나 하나 사며 슬쩍 아는 체를 하고 싶어지네요. 탁류에서 악착같이 살아가다 눈이 퇴화된 건 시인이나 저나 마찬가지니까요. 그리고 그로부터 '우리도 한때는 모두 이마가 둥글고 눈이 순한 송사리였다'는 말, 그 말 한 마디 듣고 싶네요.

시인.경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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