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벽길 급식봉사 딸 보고 엄마·아빠가 잘 수 있겠습니까"…'3년째 밥퍼 봉사' 다

다원이네 가족 3명은 3년째 매주 일요일 대구역 무료급식 봉사를 나가고 있다. 왼쪽부터 아빠 전재영 씨, 딸 전다원 양, 엄마 김남돌 씨.
다원이네 가족 3명은 3년째 매주 일요일 대구역 무료급식 봉사를 나가고 있다. 왼쪽부터 아빠 전재영 씨, 딸 전다원 양, 엄마 김남돌 씨.

"추운 겨울 배고픈 노숙자나 쪽방 어르신들이 따뜻한 밥을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면 급식봉사가 보람있기만 해요."

중학생 딸과 엄마, 아빠 등 가족 3명이 3년째 '밥퍼' 봉사활동을 펼쳐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대구시 수성구 시지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다원이네 가족이다. 아빠 전재영(영천여고 교사), 엄마 김남돌(장산중 교사), 딸 다원 양은 매주 일요일 대구역 광장에서 아침 무료급식 봉사를 하고 있다.

수성구 욱수동에 거주하는 다원이 가족은 일요일 아침 5시면 어김없이 기상이다. 다원이가 시계 알람소리에 제일 먼저 일어나 아빠와 엄마를 깨운다. 아빠 자동차를 함께 타고 오전 6시에 대구역에 도착하는 다원이네 가족은 3시간 동안 하담봉사단이 하는 노숙자나 쪽방 어르신 200여 명을 위한 무료급식을 돕는다.

"우리 가족은 다원이 때문에 엄마, 아빠도 봉사를 하게 됐어요. 다원이가 욱수초교를 졸업하고 2010년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급식봉사에 나가기 시작했어요. 너무 대견스러워요."

다원이는 처음 숟가락 나눠주는 일을 하다 지금은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 온수 배식과 먹고 난 식판을 닦는 일을 돕고 있다. 아빠와 엄마는 설거지와 밥 배식활동을 하고 있다. 다원이는 대구역 급식봉사자 중에 나이가 가장 어리고 지금껏 거의 빠지지 않았다. 다원이는 추운 겨울에도 캄캄한 새벽에 일어나 급식활동에 참여할 만큼 책임감이 대단하다는 것.

"처음 다원이 혼자 봉사에 나갔을 땐 지하철 1호선과 2호선의 환승을 잘 몰라 계명대역까지 가기도 했어요. 다원이는 길에는 좀 어두운가 봐요. 호호"

다원이는 봉사에 나가면 노숙자나 쪽방 어르신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한다. 다리가 불편한 어떤 할머니는 배식을 한 뒤 고맙다며 사탕을 꺼내 주고, 또 다른 할머니는 어린 아이가 좋은 일을 한다며 어깨까지 두드려준다.

다원이는 이럴 때 "내가 정말 행복하게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하지만 급식을 하면서 어떤 어르신이 "너 돈 받고 일하고 있지"라고 말할 때 마음이 가장 아팠다고 했다.

다원이 가족은 다원이가 초등학교 5학년까지 경북 의성에서 생활하다 3년 전에 대구에 왔다. 다원이는 시골에서 오랫동안 생활해서인지 정이 유난히 많다고 아빠는 전했다.

"추운 겨울 힘겨운 삶을 이어가는 노숙자를 보면 나도 아빠, 엄마한테 잘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죠. 아빠, 엄마와 함께 있다는 게 너무 고마워요."

아빠는 과학교사, 엄마는 윤리교사로 24년째 교편을 잡고 있다. 다원이는 아빠의 영향을 받았는지 손으로 만드는 것에 소질이 많다. 아직도 초등학교 때 만든 정교한 목각공룡이 거실 책꽂이 위에 놓여 있다. 또 거실 한켠에는 다원이가 키우는 앙증맞은 다육이 화분 20여 개가 햇살에 파릇파릇 자라고 있다.

다운이네 가훈은 '웃으며 즐겁게 살자'다. 가족이 집에 함께 모이면 다양한 게임을 즐기며 웃는 일이 많단다.

"저도 아빠, 엄마처럼 교사가 되는 게 꿈이에요. 과학 아니면 수학선생을 할 예정입니다."

학교 성적도 줄곧 상위권인 다원이는 봉사시간도 연간 200시간을 넘어 학년에서 가장 많다. 다원이는 올해 봉사부문 학교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