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성달의 문화 톺아보기] 행복지수-삶의 척도의 새로운 변수

한 20년 된 이야기다. 경실련 활동을 하다 만난 김태계라는 사람이 있었다. 경남 밀양이 고향이고 안동과는 학연이 전혀 없는 그가 변호사 사무실을 이곳에 개업하려고 하기에 무슨 까닭으로 그러는지 물어보았다.

"산 좋고 물 맑고 유구한 전통과 문화가 살아있는 곳이 어디 흔한가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지만 난 그의 말이 삶의 우선순위를 어떤 특별함에 두겠다는 말로 들렸다. 그리고 안동만이 그것을 채워줄 수 있다는 말로 이해했다.

얼마 전 알고 지내는 분에게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최근 몇 년간의 삶을 요약해 달라는 필자의 주문에 멋진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미래사회에서도 빛날 가치인 물'사람'문화, 그리고 이런 것들을 지니고 있는 안동의 수려한 자연과 땅을 잘 보존, 활용하고 빛내는 일에 내 삶을 바쳤다"는 것. 지역 정체성을 정확하게 이해한 바탕 위에 장점을 확대해 나가려는 당당함과 열정이 묻어나는 말이기에 행복하고 싶은 이들의 심금을 울릴 만한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행복해지려면 몇 가지의 조건이 필요하다. 의식주는 기본이고 의료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게 갖추어져야 한다. 많은 이들이 농촌과 소도시를 떠나는 이유도 이러한 기회를 잡으려면 대도시가 유리하다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정석이라고 믿었던 기존 관념을 바꿀 만한 큰 흐름이 태동하고 있다.

그동안 국민총생산(GNP)이 나라의 격과 인간의 삶을 결정하는 주요 인자로 인식되었으나, 이제는 그에 못지않게 국민총행복(GNH)이 중요한 지수로 등장했다. 히말라야의 소국 부탄 같은 경우에는 아예 헌법에 국민총행복 조항 4가지라는 것이 명문화되어 있다. 첫째 풍요로운 생태계를 유지하고, 둘째는 전통문화를 지켜내고, 셋째는 자연과 문화를 파괴하지 않는 경제 발전을 추구하고, 넷째는 좋은 정치를 펴 나가는 것이다.

안동 용수사의 상운 스님은 어느 한 곳에 6개월 이상 머무르는 법이 없는 분인데도 벌써 안동 생활이 3년째를 넘어서고 있다.

"고요하나 한적하지 않고 청정하나 적막하지 않으며 유장하되 무료하지 않으니 도시마저 도(道)를 이루었다."

나는 이 현상을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이 '행복 안동'을 추구한 결과라고 해석한다.

안동시 역사기록관'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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