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성화(38)는 자신의 이름을 뮤지컬계에 드높이고 있다. 2006년 '아이 러브 유'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신인상을 받았고, 2007년 '맨 오브 라만차'로 존재를 제대로 각인시켰다. '영웅'으로는 2010년 뮤지컬어워즈 남우주연상까지 거머쥐었다.
1994년 SBS 공채 개그맨으로 연예계에 데뷔한 그지만 현재는 배우로서 더 유명하다. 서울예전 1학년을 마치고 개그맨이 된 정성화는 개그에 재능이 있었다. 1990년대 중후반 인기를 끌었던 '틴틴파이브' 멤버가 됐다. 하지만 이내 하차해야 했다. "팀에 맞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그는 충격으로 군 입대를 했지만 전화위복이 됐다. 전역 후 드라마 '카이스트'(1999'SBS)를 시작으로 연기를 하게 됐고, 전업에 성공했다.
정성화는 자신의 인생에서 '의외성'을 빼놓을 수 없다고 했다. 자신의 연기가 "의외성의 행보에 맞춰져 있다"며 어떤 작품에서든 고지식하고 고리타분한, 혹은 식상한 역할은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생각이나 예상하지 못함을 뜻하는 '의외'라는 말은 그를 지금의 위치에까지 오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노래 레슨 한 번 받아본 적 없지만, 노래와 연기가 주가 되는 뮤지컬에서 그의 바리톤 음색은 팬들의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다. 그가 강조한 의외성의 하나다. 2003년 개그맨 김경식과 함께 2인극 '아일랜드'를 공연하다 현 설앤컴퍼니의 설도윤 대표이사의 눈에 띄어 제대로 된 뮤지컬을 시작했다는 정성화. 그는 그 기억이 생생한 듯 여전히 가슴 벅차했다.
"첫 뮤지컬 공연(2004년 '아이 러브 유') 때의 박수 소리를 잊을 수 없어요. 제가 키가 커서, 잘생겨서 치는 박수가 아니라 '그래, 너의 실력을 인정한다'는 것처럼 박수 소리가 들려왔죠. 그 소리에 중독돼 아직 뮤지컬에 빠져 있는 것 같아요."(웃음)
정성화는 2007년 공연된 '맨 오브 라만차'에 조승우와 더블 캐스팅된 뒤,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그는 "'맨 오브 라만차' 때, 인정을 받았다고 할 수 있는데 조승우 씨 팬들에게 고맙다"고 기억했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타의 무대만 본 게 아니라 더블 캐스팅된 배우의 무대까지 감상해 주시더라고요. 그때 솔직히 몇 분을 제 팬으로 돌리는 계기가 됐어요."(웃음)
뮤지컬 공연과 연습만으로도 바쁠 텐데 언제 시간이 났는지,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활약 중이다. 장르를 넘나들며 비중은 작더라도 확실한 존재감을 주고 있다. 지난해 개봉한 '위험한 상견례'에서는 변태적인 느낌의 순정만화 마니아, '히트'에서는 돈 많은 변덕스러운 고객의 역할 등을 맡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최근 개봉한 '댄싱퀸'에서 맡게 된 국회의원 '종찬' 역도 새롭다. 웃기는 캐릭터를 주로 한 그가 웃기면서도 진지함, 감동을 전하기 때문이다. 사실 정성화는 '댄싱퀸'에서 황정민의 동생 역으로 출연 제의를 받았다. 하지만 황정민을 정치에 입문시키는 국회의원 역할에 욕심이 나서 제작진에게 부탁을 했다.
"동생 역할도 좋았지만 그건 기존에 제가 했던 역할 같았어요. 도전할 만한 건 아니라고 생각했죠. 시나리오를 보는데 국회의원 역할이 와 닿았고, '무조건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이 역할을 시켜달라고 졸랐어요. '흔쾌히'는 아니었지만 제작진에서 몇 차례 생각을 하신 끝에 결국 제가 맡게 됐죠."(웃음)
편한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싫단다. "편하게 할 수 있는 건 지루하고 재미없지 않나?"라고 되물으며 "일부러 도전적인 역할을 한다. 그런 갈망이 항상 있다"고 눈을 반짝였다.
'댄싱퀸'은 '부러진 화살'과 함께 올해 첫 300만 관객을 돌파한 한국 영화가 됐다. 이렇게 크게 사랑받은 영화에 출연한 데 대해 "아주 좋기도 하지만 어리둥절하기도 하다"고 했다. "뮤지컬은 이제 조금은 아는 것 같은데 영화는 아직도 잘 모르겠거든요. 흥행이 좋긴 한데, 어리둥절합니다. 연기를 하면서도 좀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흔히 '튄다'고 하죠? 그런 부분이 보이더라고요. 하지만 영화 연기도 무척 재미있다는 건 확실해요. 도전할 배역도 뮤지컬보다 더 많으니까요."
정성화는 자신을 영화배우 혹은 뮤지컬배우로 구분 짓고 싶지는 않다. "배우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마음껏 뛰놀고 싶다"는 게 바람이다. 물론 "관객들의 마음을 살 수 없으면 잊힐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늘 하고 있단다.
그는 "늙어서까지 일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꾸준히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며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이제까지 정식으로 노래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그는 이달부터 4월까지 모처럼 비는 스케줄을 이용해 이름난 영국의 발성 코치를 만나 도움을 받을 예정이다.
뮤지컬에서도 주연을 하니 영화 주연도 욕심 나지 않을까. "주연은 어느 정도 준비가 된 상태에서 하고 싶어요. 지금은 비중 있는 조연으로 출연하는 게 좋아요. 영화라는 생리를 파악한 다음에 하면 좋지 않을까요? 그런데 갑자기 준비가 되지는 않겠죠. 일단 내공이 많이 쌓여야 할 것 같아요."(웃음)
지난해 4월 결혼해 아직 신혼 분위기가 가득한 그는 부인과 관련한 이야기에도 싱글벙글이다. '내조의 여왕'이라고 자랑하기도 하고, 자신을 너무 잘 이해해 준다고 좋아했다. 또 결혼식 전, 6개월간은 신혼을 즐기겠다고 했던 그는 "올해는 아이를 갖기로 했다. 노력 중인데 좋은 소식이 있지 않을까 한다"며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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