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시행된 긴급조치 9호로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들이 30여 년 만에 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받고 명예를 회복했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진만 부장판사)는 20일 반공법 및 대통령긴급조치 9호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각각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백현국 씨 등 3명이 청구한 재심 사건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긴급조치는 국회의 입법권 행사와 배치된다"며 "특히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는 그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 헌법에 위반돼 무효"라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백 씨에게 적용된 반공법 위반에 대해서도 "이 부분의 공소사실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백 씨 등은 1975년 대구의 한 대학에 재학 중 당시 유신헌법을 부정'반대하며 법 폐지를 주장한 '4'19언문'을 보관'배포한 혐의(반공법'대통령긴급조치 제9호 위반)로 기소돼 1976년 대구지법, 1977년 대구고법에서 각각 열렸던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백 씨 등은 2010년 2월 재심대상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지난해 2월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 의결내용 등을 심사한 뒤 재심 사유가 있다고 판단해 재심개시결정을 했다.
지난번 확정판결 후 35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고 명예를 회복한 백 씨는 "당시 중앙정보부 소속 수사관들에게 불법적으로 체포'감금돼 있지도 않은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늦었지만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며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받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만 전국에 1천여 명이 된다. 이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기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긴급조치는 1972년 개헌된 유신헌법에 규정돼 있던 대통령의 권한으로 취할 수 있었던 특별조치.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이 조치를 발동함으로써 '헌법상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잠정적으로 정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다. 박 전 대통령은 긴급조치를 모두 9차례 공포했다. 이 중 1975년 시행된 긴급조치 9호는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하는 행위 ▷집회'시위 또는 신문, 방송, 통신 등 공중전파 수단이나 문서, 음반 등 표현물에 의해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반대'왜곡'비방하거나 개정 및 폐지를 주장'청원'선동'선전하는 행위 등을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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