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갤러리에서] 김수자 작 '바늘 여인'

여인의 뒷모습 통해 인류 화해 메시지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전시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전시

1957년 생으로 대구가 고향인 김수자는 스스로를 '바늘 여인'이라 칭하는데, 이번 전시작품의 제목 역시 '바늘 여인'이다. '바늘 여인'은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세계적인 호평을 받았던 비디오 인스톨레이션 작품으로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약 2년간 종교 분쟁과 가난, 국제적 고립과 내전의 긴장으로 팽배했던 세계 각국 여섯 개 도시에 작가가 직접 뛰어들어 촬영한 작품이다.

김수자 특유의 헤어스타일이 드러나는 평범한 뒷모습으로 화면 한가운데 한참을 서서 지나가는 행인들의 물결 속에 몸을 맡기는 장면이 상영시간 10분 30초 내내 지속된다. 총 여섯 편으로 파탄(네팔), 예루살렘(이스라엘), 사나(예멘), 하바나(쿠바),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 은자메나(차드) 도시를 배경으로 구성되었다. 작가는 '바늘 여인' 작품을 통해 자신과 타인과의 소통, 인류애와 화해를 희구하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김수자가 '바늘 여인'이라 스스로를 칭한 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작명이다. 김수자에게 바늘과의 만남은 1983년 어느 날 어머니와 이불보를 꿰매다 뾰족한 바늘 끝으로 손가락을 찔리는 순간 온몸을 관통하는 우주의 에너지를 느끼는 전율을 경험하며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김수자는 '바늘 여인' 작품으로 작가가 추구하는 세계평화와 인류애의 메시지가 세상에 알려지며 일약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따라서 국내에서 그 첫선을 보이는 대구미술관 김수자 특별전이 상당히 의미 깊다.

그러면 '바늘 여인'에서 작가의 숭고한 메시지는 어디서 우러나오는 것일까? 비디오로 찍혀진 장면은 잔인한 전쟁터나 굶주림에 시달리는 휴머니즘적 이미지가 아니다. 단지 세계의 여느 도시의 바삐 지나치는 보통 군중들의 장면에 불과하며 여기에 김수자의 평범한 뒷모습이 더해졌을 뿐이다.

이미 상업주의적 대중매체의 지배를 받고 있어 센세이셔널한 이미지에 중독된 우리의 '눈'은 오히려 이 평범한 이미지들에서 '낯섬'을 느끼게 된다. 바로 이렇게 특이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 평범함으로부터 작가의 예술적 메시지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 지루하고 권태스럽기까지 한 '평범함'은 김수자 작품 곳곳에서 드러나며 작가는 예술작품으로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세계인들과 소통을 시도한다.

대구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이수균

▶김수자 전=~4월1일053)79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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