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지금 보이는 것은 그때와 다르다

흔히 우리는 추억을 먹고산다고 한다. 연인들은 첫 만남부터 100일, 200일 등 그들만의 기념일을 만들어 가면서 둘만의 사랑을 키워가고, 결혼하는 자식을 보면서 부모님은 어릴 때부터 예쁜 짓 하고 말썽 피우던 그때를 생각하며 지금 이 순간을 대견해 한다. 아무리 힘들었던 순간도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되짚어보면 오늘 자신이 누리고 있는 건강한 삶의 원천이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가끔 여러 가지를 추억한다. 하지만 어릴 때의 어느 순간이 아니라 지금 하고 있는 일과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무대공연 기획을 주 업무로 하는 지금의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나름대로 세웠던 목표가 있었다. '향후 3년 안에 필자에 의해 무대에 올려지는 기초예술의 객석점유율을 90% 이상으로, 이를 토대로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공연에 대한 품질보증이 시민에 의해 이루어지게 한다'는 것이었다.

이후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 그 당시와 오늘을 비교해 보면 스스로 정한 무모함에 헛웃음이 나온다. 돌이켜 보건대 그 3년은 정말로 눈 깜짝할 만큼 빠른 순간이었을 뿐 아니라 그 3년이 세 번이나 넘게 지났음에도 스스로 정한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음을 깨닫고 있기에 앞서 표현한 '추억'을 먹고살 수 있는 상황은 아직 아닌 것 같다.

분명 우리 지역의 공연예술은 많은 발전을 해왔다. 아티스트들의 노력하는 모습이 그렇고, 그것을 감상하는 시민의 표정에서 그러한 것들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노력만으로 목표했던 궁극적인 것이 나 자신에 의해서가 아닌 모두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속담이 있지만 문화의 전통성에 비추어 보면 기초예술 분야에서의 지난 10년은 하루와 같음을 최근에야 느낄 수 있었다. 필자의 개인적인 목표가 너무 과했던 것이다. 하지만 실망하진 않는다. 더디긴 하지만 기초예술 분야는 우리가 느끼고 있는 것처럼 분명 발전되고 있고, 우리 모두 지금보다 조금씩만 더 노력한다면 가까운 미래에 기초예술의 발전과 더불어 문화선진국으로서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날이 분명 올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각 공연장에서 필자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공동의 목표를 잡고 그 목표를 향해 힘을 합해보면 어떨까. 지역에 있는 모든 공연장에 올려지는 기초예술의 객석점유율 100%와 모든 공연예술의 품질보증이 시민들에 의해 인정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때쯤이면 우리도 추억을 먹고살 수 있을지 모른다.

"당신은 바로 자기 자신의 창조자이다." 바로 미국의 철강재벌이었던 카네기가 한 말이다.

여 상 법(대구문화예술회관 학예연구사)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