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친구 죽음 내몬 학교폭력 '중형'…가해학생 이례적 실형

형사 미성년 갓 넘은 가해학생들

20일 오후 대구지법 11호 법정은 참관객들로 북적였다. 지난해 12월 동급생들의 괴롭힘을 견디다못해 자살한 중학생 A군의 가해학생들에 대한 선고 공판을 지켜보기 위한 것이었다.

연녹색 수형복을 입은 가해학생들이 고개를 숙인 채 법정에 들어서자 일제히 시선이 쏠렸다. 법정을 가득 채운 참관객을 의식한 탓인지 이들의 얼굴은 잔뜩 굳었고, 어깨는 축 늘어진 채였다. 두 학생은 주민번호와 주소지의 변경 여부를 묻는 판사에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아니오'라고 답했다.

10분 간의 재판이 끝나자 가해학생들은 상기된 얼굴로 주춤거렸고, 교도관의 안내를 받아 서둘러 재판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법정에는 부모와 함께 찾은 가해학생 또래의 참관객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한 참관객은 "학교폭력 문제가 워낙 심각하다보니 아이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함께 왔다"고 말했다.

또래 급우를 괴롭혀 자살에 이르게 한 가해학생들에겐 실형이 선고됐다. 학교폭력으로 형사 미성년을 갓 넘은 학생들이 구속돼 실형 선고를 받은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대구지법 제3형사단독(판사 양지정)은 같은 반 친구를 괴롭혀 자살에 이르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S(14) 군에게 장기 3년6개월, 단기 2년6개월을 선고하고, 같은 혐의로 기소된 W(14)군에게 장기 3년, 단기 2년을 선고했다.

이례적인 상황임을 인식한 듯 재판부도 양형 이유를 설명하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두 학생의 가해 행위가 얼마나 잘못됐으며 가해학생들이 자신들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얼마나 치밀하게 행동했는지 설명했다.

양 판사는 "피고인들은 자신보다 약한 친구를 대상으로 상당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역할과 암호를 정해두고 피해자를 수시로 때리거나 공부를 방해하고 피해자의 집에 거의 상주하며 폭력을 행사한 점,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휴대전화로 욕설과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보내 피해자의 모든 일상생활을 파괴하고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만든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피해자는 피고인들로 인한 고통과 가족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자살에 이르렀고, 피해자들의 유족들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피고인들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등 피해 감정이 크다"며 "학교폭력이 만연한 상황에서 관대한 처분을 하는 것은 지나친 관용"이라고 실형 선고 이유를 말했다.

한편 변호인은 "피고인들의 가족과 상의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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