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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력의 시네마 이야기]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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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대학원 시절 상경하여 공부하는 여느 학생들처럼 무척 가난했다. 단돈 수십만원만 들고 무모하게 그것도 돈 먹는 하마라는 '예술'을 공부하겠다고 서울로 올라갔으니 생활은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고시원과 여관을 전전하며 같이 공부하는 선배들, 동기들 심지어 동생들에게까지 한 끼 식사를 의탁하지 않으면 그날은 그냥 굶는 날이다.

그런 본인을 불쌍히 여긴 두 친구가 고맙게도 새로 얻은 자취방에 들어오게 해주었다. 영화촬영을 전공한 친구들 역시 부모가 자취방을 마련해 주긴 했으나 생활은 필자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그래서 영화나 광고현장에 다녀와 얼마라도 남은 돈이 있으면 집에서 떡볶이나 만두에 맥주 한 잔을 하며 신세 한탄을 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서로에 대한 질책과 비난이 다반사였는데 지면에 옮길 수 없는 많은 비하 발언들이 서로에게 오고 갔다. 간단히 요약하면 그따위로 해서 커서 뭐가 되겠느냐와 같은 내용이다. 얼마 뒤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하게 되면서 형편이 조금 나아진 필자는 이내 나와 살게 되었고 친구들 역시 조금씩 성장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5년의 세월이 흘렀다. 지금 그 친구들은 한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젊은 촬영 감독 중 하나이다. 최근 한 친구는 비밀 프로젝트라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세계를 대표하는 거장 감독의 신작을 촬영하고 있고 다른 한 친구가 촬영한 영화는 세계 최고의 단편영화제인 클레르몽페랑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경상도 남자이기에 표현이 서툴지만, 친구들이 무척 자랑스럽다.

사실 같이 자취하던 시절 우리는 서로에 대해 비난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미래에 대한 약속과 다짐도 늘 함께였다. 과거의 자신에 대한 약속들을 친구들은 일취월장하며 하나씩 지켜가고 있는 것이기에 감회가 남다르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예술분야의 젊은 인재 중에는 조금이라도 자신이 두각을 나타내면 지구가 자신을 중심으로 돈다는 착각에 교만해지는 경향이 있다.

두 친구는 서로서로 '잉여인간'이라고 비난하던 시절에도 나쁘지 않은 성과물들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었다. 다만 자만하지 않고 착실하게 자신의 위치에 맞게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임했기에 그 친구들의 장래는 더욱 밝을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본인 역시 더욱 부단히 노력해 친구들처럼 훌륭한 인재가 되어야겠다는 결의를 다져본다.

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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