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교 1년간 '쉬쉬', 교육청도 깜깜

심각성 알고도 감추기 급급…폭력예방 노력 없이 팔짱만

포항 A중학교에서 집단 폭행, 교사에 대한 폭언 등으로 학생 38명이 무더기 적발된 사건과 관련해 학교 측이 사태가 발생된 지 1년여가 지나도록 감추기에 급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학교 측은 사건의 심각성을 깨닫고도 교육청의 학교폭력 피해예방 프로그램을 신청하지 않았다.

23일 포항교육지원청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진상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의 추이와 함께 해당 사건이 왜 교육청에 보고되지 않았는지를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우리도 해당 사건을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들었다. 너무 황당하다. 다양한 학교폭력 구제 프로그램이 있는데도 이를 왜 이용하지 않았는지, 과연 경찰 조사만이 능사였는지에 대해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학부모들도 학교 측에서 사건을 숨기려다가 오히려 문제를 키웠다며 비판하고 있다.

학교 운영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학교 측의 요청으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여러 차례 회의를 가지긴 했지만 학교에서 다양한 계도 프로그램을 진행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상담을 통해 구제할 수도 있었던 아이들을 전과자로 만든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지금으로서는 할 말이 없다. 우리로서는 최선을 다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 학부모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이 학교에서는 여교사 47명 전원이 피해를 견디다 못해 전근을 희망했으나 한 학교당 교원 수의 30% 이상이 전근 신청을 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교사들끼리 순차적으로 전근을 하기로 합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신동우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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