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의 궁극적인 목적은 삶과 죽음에 대한 것이다. 현대 의학의 발달로 사람의 생명은 연장되고 의료의 질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난치병 정복에 대한 도전도 계속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암은 아직도 불치, 난치의 무서운 질병 중 하나이다.
속칭'혹'이라고도 하는 종양에는 양성과 악성 두 가지가 있는데, 악성 종양이 곧 암이다. 암을 영어로 '캔서'(cancer)라고 하는데, 이는'게'를 뜻하는 '카르키노스'(karkinos)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이는 암조직의 겉모양이 게의 겉껍질처럼 단단하고 울퉁불퉁한 것을 의미하며, 암이 한번 발생하면 마치 게가 집게발로 먹이를 움켜잡는 것처럼 떨어지지 않고 결국 그 개체가 죽어야 끝나는 암의 속성을 내포하고 있다.
최근 한의학으로 암을 치료하는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의 주요 암센터에서는 암환자의 과반수를 보완대체의학을 병행해 치료하고 있다. 보완대체의학을 통해 건강 유지, 삶의 질 개선, 면역계 강화, 질병 및 치료와 관련된 부작용 관리, 생존 기간 연장 등을 꾀하고 있다. 현대 의학으로도 고치지 못하는'암'을 한의학으로 접근하거나 치료하는 것에 대해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한의학에서'암'은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적취''징가''현벽' 등에 해당되는 질환들이 현대 의학으로 보면 악성종양에 해당된다. 서구의학에서 현존하는 암전문 병원 가운데는 12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뉴욕의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병원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조선시대에 이미 외과 종기와 내과적인 적취, 그리고 응급질환을 전문으로 다루는 국가기관이 있었다. 바로 선조 때 설립되었던'치종청'(治腫廳)이다. 지금으로 말하면 국립암센터에 해당된다. 한의학에서도 오래전부터 암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안타까운 것은 암에 대한 기록은 풍부하지만 암을 고쳤다는 얘기는 없다는 것이다. 허준, 사암도인, 이제마 등 역사 속의 걸출한 명의들이 한 말에도 암을 고쳤다는 이야기는 별로 없다.'치료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만 보일 뿐이다.
암에 대한 한방치료와 양방치료는 확연히 다르다. 양방치료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고, 한방치료는 면역력 증강과 체내환경 개선에 중점을 둔다. 최근에는 서로의 장점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한'양방 병용치료나 통합의학 프로그램이 선보이고 있다. 한방이나 양방 단독으로 치료하는 것보다 서로의 장점을 살려 보완하여 치료하는 방법이 삶의 질을 증진시키고 생존율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한'양방 간의 소통이 전제가 돼야 하지만, 학문적으로 쉽지 않은 부분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한약을 같이 투여했을 때 기존의 항암제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항암제의 효과를 감소시키거나 그 독성을 증가시켜 환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암환자들이 보다 양질의 의료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양의계와 한의계의 협력을 통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도움말'김승모 대구한의대 한방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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