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 트렌디한가 아닌가를 알려면 도심 카페에 가 보면 된다. 요즘도 그렇지만 도심 카페는 유행에 민감한 인테리어와 메뉴를 앞세워 도시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트렌디하다는 말을 하기 힘든데 공간을 메우는 음악이 추가되어야 한다. 음악은 공간의 개성을 가장 잘 대변하는 오브제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남들과 다른 개성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보편적이었다. 남들과 다른 것을 중시하는 문화집단의 등장도 이유겠고, 해외 여행을 통해 새로운 문화 형태를 경험한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 문화 소비 집단이 공통적으로 환호한 아티스트가 있었는데 빌 에반스의 재림, 키스 자렛의 진정한 후계자 등으로 불리며 화려하게 등장한 브래드 멜다우(Brad Mehldau)다.
브래드 멜다우는 1970년, 미국 플로리다 잭슨빌에서 태어난 젊은 피아니스트다. 이미 고등학생 때부터 명문 음악학교인 버클리 음악대학 뮤직 어워드를 수상하면서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버클리와 뉴욕의 뉴스쿨 등에서 케니 워너 같은 대가를 사사한다. 이후 지미 콥의 사이드 피아니스트로 재즈계에 입문하더니 포스트 밥 시대를 대표하는 색소폰 연주자 조슈아 레드먼과의 활동을 통해 재즈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린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그야말로 시작에 불과했다. 1995년부터 공개하기 시작하는 자신의 앨범은 전 세계적인 음반 판매 부진을 외면한 채 고공행진을 이어간다. 특히 1997년부터 공개된 'The Art of the Trio' 연작 시리즈는 말 그대로 재즈 피아노 트리오 미학의 정점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총 5장의 연작으로 공개된 'The Art of the Trio' 연작과 사이 사이에 발표한 또 다른 리더작에는 베토벤과 비틀스, 라디오헤드와 오아시스까지 다양한 음악이 재즈로 표현된다. 파격에 가까운 구성과 지나친 서정성이 교조적 애호가들의 비판을 받기도 하고 이면에는 견제의 시각이 깔려 있는 것도 사실이다.
브래드 멜다우는 자신의 리더작뿐만 아니라 팻 메스니, 웨인 쇼터 같은 거장들과 함께 작업을 하거나 다수의 영화음악에도 참여를 했다. 또 수많은 재즈 페스티벌과 공연을 이어가기도 한다. 이런 바쁜 활동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즉흥연주이다. 심지어 공연 전 리허설을 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재즈에 있어서 즉흥연주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어법이기도 하겠지만 브래드 멜다우에게 있어서 즉흥 연주의 의미는 남다르다. '태어나면서 사라지는 즉흥연주를 통해 죽음에 대한 의미를 고뇌하게 한다'는 말에서 파격과 서정성의 근원을 알게 해 준다. 현재의 장(場)에서 가장 트렌디한 음악은 대중의 취향을 잘 파악한 것이 아니라 삶과 죽음에 대한 진지한 성찰에서 비롯된 것이다.
권오성 대중음악평론가 museer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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