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두고 선거운동정보 메시지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해당 지역과 관계없는 유권자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뿌려지고 있다. 최근 들어 각 정당이 공천의 근거 자료로 사용할 여론조사를 시작하면서 후보자 지지를 유도하는 문자메시지는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무차별 살포되는 문자메시지
대구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박모(30) 씨는 23일 대구 한 선거구의 국회의원 예비후보로부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하지만 박 씨의 주소지는 경북 포항이다. 박 씨는 "해당 선거사무실 측에 문의하니 명단의 출처는 밝히지 않고 번호를 잘못 입력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지역구 주민뿐만 아니라 대구경북 주민 전체에게 자기네 후보를 알리는 의미도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직장인 정모(45) 씨는 10일 전부터 오후 9시쯤 자신이 살고 있는 선거구의 한 국회의원 예비후보로부터 '선거운동정보'라는 제목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있다. 인사말, 학력, 경력, 수상 내역, 주요 공약, 선거사무실 주소, 홈페이지 주소 등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구형 휴대전화를 가진 정 씨는 메시지당 글자 수가 제한 돼 있기 때문에 6차례로 나눠 받고 있다. 정 씨는 "3교대 근무를 하고 초저녁에 잠드는데 휴대전화 진동으로 잠에서 깬다. 선거운동도 좋지만 밤낮은 가렸으면 좋겠다"고 푸념했다.
하루 평균 5, 6통의 문자메시지를 받는 직장인 이모(38'대구시 방촌동) 씨는 "대구의 예비후보뿐만 아니라 경북, 심지어 서울, 인천 등지에서도 예비후보들이 자신들을 소개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휴대전화 번호를 어떻게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휴대전화 번호 어떻게 알았을까
선거운동 문자메시지가 무차별로 날아들고 있는 것은 예비후보들이 유권자들의 휴대전화 번호를 비롯한 개인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해 대학 동문이나 각종 사교단체의 주소록을 수천 원에 구입할 수 있다는 것. 실제 취재진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졸업앨범 주소록'이라고 검색한 결과 주소록을 촬영한 이미지 파일이 수두룩하게 떴다.
대구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지난해 몇몇 대형 인터넷 사이트에서 대량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만큼 총선을 앞두고 개인정보가 암암리에 거래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개인정보가 수집되는 경우도 많다. 계모임 등 사교모임을 통해 자녀들의 학교 졸업앨범이 수집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졸업앨범을 학교별로 수집하면 졸업생들의 주소와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한데 모을 수 있다는 것. 주부 강모(40) 씨는 "이전에는 배달업, 보험영업 등을 하는 지인들에게 판촉 활동에 활용하라며 자녀의 졸업앨범을 빌려주기도 했다. 최근 계주가 계원들의 졸업앨범을 일제히 거둬갔는데 아마도 총선 선거운동에 활용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일부 예비후보는 선거정보 메시지를 통해 '해당 선거구의 지인 소개를 부탁드린다. 이름과 휴대폰 번호, 주소를 보내 달라'는 등 노골적으로 개인정보를 요구하기도 한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운동정보 메시지 전송의 횟수(후보별 5회) 제한만 있고, 개인정보 수집과 관련해서는 별도의 규정이 없다.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하면 처벌 대상이 되지만 사적인 정보 거래를 적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한 예비후보 측은 "한 번에 5만~6만 명에게 문자를 보낸다. 평소 알고 있던 지인들에게 부탁해 유권자들의 전화번호를 얻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휴대전화 번호를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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