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도/ 왕박 지음/ 이지은 옮김/ 시그마북스 펴냄
중국 역사에는 모두 200여 명의 황제가 있었지만 실제 정치적 성공을 거두었다고 평가받은 황제는 진시황과 한무제, 당태종, 송태조 등 손에 꼽을 만하다.
중국 당나라 현종만 하더라도 '절반의 성공'을 거둔 황제로 후대는 평가한다. 측천무후 이후 복위한 중종과 예종이 무능함을 드러내며 '당 제국'이 혼란에 빠지자 쿠데타를 일으켜 황위를 품에 안았다. 이후 그는 조상들이 세운 당 황조의 부활에 주력했다. 인재를 모으고 흐트러진 제도를 정비하며 백성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데 집중했다. 현종은 허세를 버리고 체면을 내려놓고 인재를 대했다. 인재는 종묘사직의 발전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매사를 거시적 관점에서 판단했다. 현종 치세가 절정에 달한 때인 개원 18년 당나라는 전국 범죄자 수가 24명에 불과했고 수도 장안은 현재 미국의 뉴욕과 견줄만큼 각종 인종이 뒤섞여 사는 '세계의 심장'과 다를 바 없었다.
반면 당나라 멸망의 단초도 현종에서 시작됐다. 치세에 피곤함을 느낀 현종은 말년이 다가오며 풍류와 여색을 즐기기 시작했다. 미인의 대명사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양귀비도 현종 치세 후반기 역사서에 등장한다. 태평성대를 이룬 황제로 불리던 현종은 태만해지면서 당 멸망 단초가 된 '안사의 난'에 대한 원인을 제공했다. 이치에 맞던 행동이 어그러지면서 국가의 운명까지 좌우한 셈이다.
이 책은 시세(時勢)편과 인화(人和)편, 권술(權術)편으로 나눠 중국 역대 황제나 왕의 사례를 들어 반면교사를 유도한다. 크게는 대세를 파악하고 작게는 인심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예민함과 신중함, 강인함, 통찰력을 지니면서 밖으로는 너그러움을 가져야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368쪽, 1만5천원.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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