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꽃으로 불리는 상임위원장은 대개 3선 의원들 몫이다. 상임위원장은 권한과 역할이 크다. 정치 경력으로도 이만한 자리가 없다.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지만 과거 상임위원장의 매력은 정치자금 조달이 쉽다는 것이었다. 민원 해결이나 지역구 사업을 챙기는 데도 여타 의원들보다 수월하다. 힘 있는 소관 기관이 많은 상임위원장의 인기는 상종가였다. 그래서 재선 의원들은 한 번 더 뽑아 주면 상임위원장이 돼 지역 사업을 꼭 이루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한다.
상임위원장을 넘어서면 국회에서 맡을 자리는 국회의장이나 부의장밖에 없다. 의장과 부의장은 권한과 대우가 상임위원장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막강해진다. 지역 사업이나 예산에는 의장과 부의장 몫이 있다고 할 정도다. 권한과 역할에서 월등히 우뚝한 상임위원장이나 의장단은 국회의원이라면 누구나 탐내는 자리이기에 경쟁도 치열하다.
근 10년 전 당시 4선 의원이던 이상득 의원은 자칭타칭 편달위원으로 통했다. 지도위원은 공식 직함이지만 편달위원이란 자리는 없었다. 지도편달을 바란다는 말에서 따온 우스개 직함이다. 그러나 편달위원은 나름대로 역할이 있었다. 여야 간 다툼이 생기면 상대 당 또래끼리 만나 조정을 하는 일도 그들의 몫이었다. 후배 의원들이 불만을 털어놓으면 달래는 일도 맡았다. 의원들의 농성장을 찾아 격려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었다. 공식 자리는 아니지만 국회와 정당의 조화로운 운영을 위한 나름의 역할이 있었다.
본격화된 여야 공천 작업에서 공통된 목소리는 물갈이다. 정치권 불신에 대한 책임을 지고 나이 많은 중진이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비난받는 정치 결과에 대한 속죄양이 필요하다는 속내도 깔려 있다.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정치 신진들이나 당 지도부의 이해타산도 일치한다. 여야의 텃밭으로 불리는 영호남권 고령 다선 의원들이 주 타깃이다.
사람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물갈이론과 달리 중진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실컷 키워 놓았다가 막상 써먹을 때 갈아 치운다면 유권자와 지역의 손해라고도 한다. 우리 정치에 있어 중진들의 잘못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나이와 선수가 많다고 무작정 갈아 치워 의장 부의장을 맡을 싹마저 잘라낸다면 과연 이득일까 손해일까.
서영관 논설주간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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