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日원전 안전신화' 붕괴의교훈 "입 막는다고 사고 막지 못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1년 국내 원전 안전성 개선됐나

11일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꼭 1년 되는 날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전 세계인들에게 원자력에 대한 공포심을 안겨줬으며, 원전을 통한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추진하던 정부 시책에도 제동을 걸었다.

국내 전력 수급에서 원자력 발전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31.3%(2010년 기준). 정부는 2030년까지 우리나라 전체 전력량의 59%까지 올리겠다는 복안이다.

현재 가압경수로 17기와 가압중수로 4기 등 모두 21기의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되고 있고, 2030년이 되면 모두 40기의 원전이 국내에 들어서게 된다. 일본 원전사고에 비춰 국내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지난 1년 동안 국내 원전이 자연재해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이나 능력이 제대로 갖춰졌는지 살펴봤다.

◆정부의 자연재해 대비책 강화

정부는 지난해 7월 국내 가동 원전에 대해 안전점검을 실시해 개선 대책을 마련했다.(표 참조)

가동 중인 국내 원전은 리히터 규모 6.5, 지반가속도(지진으로 실제 건물이 받는 힘) 0.2g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지어졌다. 정부는 안전성을 더하기 위해 가동 원전의 내진 성능을 0.3g 규모로 보강하고 있다. 신형 원전(신고리 3.4호기)은 리히터 규모 6.9, 지반가속도 0.3g로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또 일정규모 이상(0.18g)의 지진이 감지되면 원자로가 자동정지되는 시스템이 구축된다. 고리4, 영광2, 월성4, 울진2, 4, 5호기에 이 자동정지시스템이 설치됐다. 나머지 원전은 내년 11월까지 순차적으로 설치된다. 종전에는 수동정지시스템이었다.

지진으로 발생할 수 있는 초대형 쓰나미에 대한 대비책도 준비 중이다. 최고 해수위를 고리는 7.2m, 월성 7.2m, 영광 8.4m, 울진 5.7m로 예측하고 이에 맞춰 해안 방벽을 구축할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방벽 높이의 여유가 낮은 고리원전은 방벽을 10m까지 증축한다. 고리 1, 2호기에는 내진 방수문이 설치된다. 비상전력계통과 주요 안전설비의 침수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만약 침수로 전력공급이 중단될 경우 이동형 비상발전기가 안전한 위치에서 전력을 공급하게 된다. 최악의 상황인 냉각기능 상실로 인한 원자로의 핵연료 '용융'(녹아내리는 현상)을 대비하기 위해 수소폭발 방지용 피동형 수소제거설비도 도입된다.

방사능 유출에 대비하기 위해 방사선 방호약품을 현재 12만 명분에서 50만 명분으로, 방독면을 현재 6만 개에서 48만 개까지 추가로 확보할 방침이다.

◆안전성 확보를 위한 남은 과제

전국 21개 원전은 2015년까지 지진자동정지 설비나 내진 성능 보강, 배관검사 범위 확대 등의 시설 개선이 진행된다.

울진원전은 지진 자동정지설비를 설치하고 내진 성능을 신형 원전 수준(0.3g)으로 보강한다.

월성원전은 비상 시 방송설비, 통신수단, 대응시설을 개선한다. 설계수명을 연장해 재가동 중인 고리 1호기는 안전검사 항목을 늘리고 기간도 연장했다. 또 가동중지를 막기 위해 전력공급 계통의 설계를 개선하고 부품의 품질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울진원전민간환경감시기구 위원들은 비상 시 실질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문제가 됐던 부분에 대해 보다 면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지진으로 기존의 안전시스템이 해체돼 버린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안전과 관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

노성표 울진군 새울진기획단장은 "세계 최고의 원전 안전을 자랑하던 일본이 한 방에 무너지는 것을 우리는 확인했다"며 "원전사업이 국책사업이다보니 안전성보다는 경제성에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아 안전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울진원전은 지난 2004년과 2007년 리히터 규모 4.8~5.2의 강진이 발생했지만 일부 지진감지기가 작동하지 않는 취약함을 보였다. 또 신울진 원전 1, 2호기 건설과 관련해 취배수로 침배공법 적용으로 방파제 배제, 해안도로에 방파제 대신 조경수 식재 등 문제에 대해서는 경제성을 이유로 침묵하고 있다.

원전의 폐쇄적인 정보 공개도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울진원전민간환경감시기구 한 위원은 "정부가 국내 원전은 안전하다고 외치고 있는데, 그 근거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고 있다"며 "실제 울진원전 4호기의 증기발생기 전열관 손상에 대해 주민들은 즉각 가동중단 후 교체를 요구하고 있는데, 정부는 더 가동할 수 있다며 내년 교체 시기까지 가동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하고, 비상발생 시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노력도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울진'박승혁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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