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뽑은 이만 302개'1천명분 약 조제…필리핀 빈민가 진료 보람"

대구가톨릭대 해외 의료봉사단

지난 1월 8~15일 필리핀 빈민가인 파야타스로 해외의료봉사를 떠났던 대구가톨릭대의료원 봉사단이 그간의 활동상과 소감, 아쉬움 등을 담은 후기집을 펴냈다.
지난 1월 8~15일 필리핀 빈민가인 파야타스로 해외의료봉사를 떠났던 대구가톨릭대의료원 봉사단이 그간의 활동상과 소감, 아쉬움 등을 담은 후기집을 펴냈다.

"어린이 중에는 귀에 염증이 생겨 아예 고막이 뚫려버린 환자가 많았습니다. 이곳의 열악한 의료환경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죠. 어른들은 귀지가 양쪽 귀를 꽉 막아 통증이나 청력감소를 호소하는 환자가 드물지 않았습니다."

필리핀 마닐라 외곽, 흔히'스모키 마운틴'이라고 불리는 쓰레기산 주변 파야타스 주민들 이야기다. 지난 1월 8~15일 이곳으로 해외의료봉사를 떠났던 대구가톨릭대의료원 봉사단이 일주일간의 활동상을 담은 후기집을 펴냈다. 봉사단이 이곳에서 의료활동을 펼친 지도 올해로 3회째.

현지까지 오가고 준비하는 기간을 빼면 봉사에 쏟은 시간은 나흘. 하루 평균 576명의 환자가 필리핀 최악의 빈민가에 마련된 임시 진료소를 찾았고, 전체 환자는 무려 2천303명을 헤아렸다. 잠시라도 한숨 돌리기는커녕 진료를 마치면 청바지 뒷주머니 지갑이 흥건히 젖을 정도로 살인적인 일정이었다. 하지만 봉사단 모두 "오히려 고마웠다"고 말했다.

아울러 더 많이 베풀지 못했음을 못내 아쉬워했다. 김정규(이비인후과) 교수는 "귀속에 있는 이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간단한 도구를 챙겨오지 못해 증상을 보고도 그냥 돌려보낼 수밖에 없어 내내 안타까웠다"며 "오른쪽 입술 근처 뺨에 혹이 생긴 꼬마 여자아이를 수술할 때 안면신경이 지나는 부위여서 꽤나 고민했는데 다행히 성공적으로 끝나 기뻤다"고 했다.

이를 302개나 뽑은 박인숙(치과) 교수는"내가 해 줄 치료가 이를 뽑는 것밖에 없나싶어 고민했다"며 "하지만 다른 치료를 받을 형편도 안 되고, 지금 뽑지 않으면 누군가 뽑아줄 때까지 아파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경훈(소아청소년과) 교수도 "생후 1개월이 갓 넘은 아기가 고열 때문에 찾아왔는데 큰 병원에서 검사받으라는 말밖에 할 수 없어서 의료봉사의 한계를 느꼈다"며 "그나마 처방한 약제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이고은 간호사는 "나흘간 1천 명의 약을 준비하기란 직접 해보지 않고선 상상할 수도 없다"며 "잠시 허리를 펼 시간도 없었고 필리핀 아이들의 선한 눈망울을 마주 본 기억도 없지만 작은 도움이나마 줬다는 보람은 남아있다"고 했다. 이건호(가정의학과) 교수는 "하루도 머물고 싶지 않은 열악한 환경이지만 이곳 사람들의 얼굴은 한결같이 밝아보였다"며 "우울이나 불안 증세가 없는지 물었지만 단 한 명도 그런 환자는 없었고, 오히려 의아하게 바라봤다"고 회고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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