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전남지사가 농업 보조금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박 지사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소수의 특권층에 보조금이 집중 배정되면서 불공정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며 "농업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농민들은 보조금을 못 받아 경쟁력을 잃어가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보조금은 군청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면서 로비하는 사람이 다 가져가며 농업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사람은 시청이나 군청에 갈 시간이 없어 보조금을 못 받는다"는 것이다.
박 지사의 이 같은 말은 농업인 모두가 알고 있지만 드러내기 싫어하는 농업 보조금의 '불편한 진실'을 이제는 더 이상 덮어둬서는 안 된다는 일깨움이다. 우리 농업의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말 그대로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1992년 우루과이 라운드 타결 이후 2011년까지 총 183조 원이 보조금이나 저리 융자 형태로 지원됐다. 그럼에도 우리 농업은 만년 '보호 대상'이다. 왜 이런 이해하지 못할 현상이 생긴 것인가.
그 이유의 하나가 바로 박 지사가 지적한 대로 보조금이 필요한 곳에는 가지 못하는 동맥경화 현상 때문이다. 돈길을 잘 아는 사람, 로비를 잘하는 사람이 보조금을 독식하다 보니 대다수 농민은 혜택을 받지 못해 우리 농업 전체가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민승규 전 농식품부 차관에 따르면 농민 중 보조금을 받아 본 비율은 10%도 안 된다고 한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불합리를 정부가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지방자치단체별로 보조금 사업이 380개에 달하지만 정부는 사업별로 얼마가 나가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회계의 기본도 안 돼 있는 것이다. 지원은 있고 결산은 없으니 보조금 지원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도 모를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국민의 혈세가 줄줄 새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태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피해를 입을 농업을 위해 정부가 지원키로 한 54조 원(세금 혜택 30조 원+재정 지원 24조 원)도 헛돈이 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그렇게 되면 농업에 대한 국민의 지원 의지도 사그라질 수 있다. 이는 농업인 스스로 농업을 파괴하는 꼴이다. 그런 사태를 막으려면 정부의 지원 시스템 재정비뿐만 아니라 농업인 스스로 도덕적 해이를 떨쳐버려야 한다. 일부 '특권층' 농민만이 보조금을 타가는 현실을 그대로 둔 채 농업 경쟁력 제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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