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서, 특히 선거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은 '특급 마무리'다. 옥신각신하는 승부처에서 박 위원장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0점대의 '박근혜 방어율'을 믿기 때문이다. 위기마다 구원 등판한 박 위원장은 승리를 안겼고, '새누리당 후보는 싫지만 박근혜는 좋다'는 지역민은 '그래도 박근혜는 믿어보자'며 표를 찍었다.
언론이 박 위원장에게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지어준 것은 2004년 17대 총선부터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에 당시 한나라당이 100석도 채 얻지 못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박근혜 의원'은 당의 대표를 맡아 천막당사를 세웠고 한나라당을 붕괴 일보 직전에서 구했다. 그 이후 벌어진 각종 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을 번번이 제압했다. 2008년 총선 직전 한나라당의 공천에서 자신을 따르던 친박계 인사가 줄줄이 낙천하자 매일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살아서 돌아오라"는 한마디로 박풍(朴風)을 일으켰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23일 동대구역으로 가는 택시의 기사 아저씨는 "현대백화점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오늘 박근혜 온다고 쫓겨났다"며 "한나라당(아직 새누리당으로의 당명 개정을 모르는 듯)이 대구 공천하는 것 보니까 신경질이 확 나더라구. 여기 사람이 저기 가고, 왔다갔다하고, 질질 끌고, 아주 우리를 우습게 알어"라며 점차 목소리를 높였다.
택시기사의 말처럼 요즘 대구 사람들 사이에서는 "'무늬만 TK'는 싫다며 바닥부터 터를 닦은 토종TK론을 내세웠는데도 새누리당 지도부가 자기들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만 공천했다"는 말이 많다. 친이계 등 '솎아낼 인물'과 그 숫자까지 정해 놓고 대신 그 자리에 검증도 되지 않은 친박 인사를 이곳저곳에 퍼즐 맞추듯 끼워넣으려 했다는 얘기도 있다.
정치권에서 '바람'은 약한 곳에서 강한 곳으로 분다. 약한 자에 대한 동정여론이 강한 자를 심판하는 것이다. 민심은 약자에게 너그러운 반면 강자에게는 가혹한 경향이 있다는 말이다. 문제는 4년 전 친박계는 약자였지만 이번에는 절대 강자이며 공천 파동의 가해자다. 새누리당의 공천에 빈정 상한 대구경북 민심이 박 위원장의 0점대 방어율을 이번에도 지켜줄 지 관심을 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