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쩍 얇아진 지갑…포항지역 식당·유통가·택시기사들도 울상

"손님은 왕이라는데 정말 요즘은 나라님보다 손님 보기가 더 힘드네요."

26일 오후 8시쯤 포항시 남구 효자동의 한 식당에 들어서자 주인 L(52'여) 씨와 종업원이 한담을 나누고 있었다. 동시에 24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식당에는 테이블 4개에 손님 9명이 전부였다. 보통 이맘때면 저녁 손님과 이른 술 손님 덕에 전체 테이블의 반 정도가 차있어야 하지만 지난달부터 손님이 줄기 시작하더니 요즘은 저녁 손님을 보기 힘들어졌다.

L씨는 "저녁 손님은 고사하고 점심 손님도 30% 정도 줄었다"며 "우리 집뿐만 아니라 주변 식당 모두 장사가 너무 안 돼 임대료 내기도 벅찬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포스코의 영업이익이 사상 최악을 기록하면서 포항지역 경기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특히 소비심리 위축으로 상인들의 수입이 감소하고 이는 다시 소비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연결되고 있는 실정이다.

포항시 남구 해도동에서 식육점을 운영하고 있는 K(34) 씨는 "몇 달 새 매출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피해를 감수하고라도 재고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염가 판매 등 궁여지책을 마련해야 될 판"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개인택시를 모는 J(52) 씨는 "택시 승객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며 "포스코가 잘 돌아가야 포항 경기가 살아나는데, 포스코가 어렵다니 정말 걱정이다"고 말했다.

서민들의 소비심리 위축은 대형 유통가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롯데백화점 포항점에 따르면 이달 판매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 신장에 그쳤다. 물가상승분에 따라 최소 5%의 신장률을 보여야 지난해 수준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신장세인 셈이다.

이마트 포항점 역시 올해 들어서 지난해 동기 매출액의 95% 수준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올해 초 설 특수 등을 제외하고는 매달 마이너스 신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포항 경기가 워낙 안 좋아 지금으로서는 이 정도의 매출 유지도 벅찰 정도"라고 말했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신동우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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