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기자] 70대 배우 연극에 60대 관객 눈물…(사)동구자원봉사센터 문화예술서비스봉사팀

"첫 무대에 섰을 때 실수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은 많이 사라졌지만 매번 무대에 오르면 떨리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이달 19일 동구 신천3동 청아람아파트 경로당에서 이색 마당극이 무대에 올랐다.

(사)동구자원봉사센터 문화예술서비스봉사단(단장 이창선)이 올린 노인 학대예방 마당극 '그래도 힘든 세상 잘 살아보세'는 올해 들어 벌써 두 번째 무대이다. 논밭 전지 다 팔아 아들에게 주고 난 뒤 학대에 못 이겨 알거지가 된 할아버지가 동네 쉼터에서 같은 처지의 할머니를 만나 자식에게 당한 설움을 한탄, 자식에게 의지 말고 노년 계획을 잘해 아름다운 노후를 맞이하자는 내용으로 이루어진 40분짜리 창작극 마당놀이다.

문화예술봉사팀은 2011년 3월 전문직 직종에서 퇴직한 10명의 어르신(남자 3명 여자 7명) 들이 주축이 돼 만든 모임이다. 실버연극단원들의 평균연령은 73세다. 은퇴 후 동구자원봉사센터에서 활발하게 봉사활동을 해 오던 이들은 연극을 통한 노인 학대 예방에 인생이모작을 해보자며 의기투합했다.

소도 팔고 집도 저당 잡혀 딸자식에게 물려주고 알거지가 돼 한탄하는 역을 맡은 조옥자(64) 씨는 "서툰 공연을 보고 훌쩍거리는 관객들을 보면서 자신도 가슴이 울컥했다"며 동년배 세대로서 같이 울고 같이 웃는 무대가 됐다고 말했다.

또한, 걸뱅이 할아버지(강평호)는 '효자아들이 하루아침에 불효자가 돼 욕설에다 때리고 며느리는 밥도 안주고 눈치를 줘 대책 없이 집을 나와 이 신세가 되었다'고 푸념을 늘어놓자 객석에서 "이런, 죽일 놈… 쯔, 쯔, 쯔"하는 추임새가 쏟아져 나왔다.

노인 학대예방 마당놀이는 기존연극공연과는 색다른 장르인 품바타령으로 각색해 한층 재미를 더했다. 익살스러운 분장에 풍자적인 춤과 노래로 눈요깃거리를 더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문화예술팀은 실버의 나이 탓에 대사를 자주 잊어버리고 대본 순서를 바꾸는 등 우여곡절을 겪는다. 김용찬 연출가의 지도로 4개월간 부단한 연습을 한 결과 지난해 전국평생학습축제 야외공연을 시작으로 8회째에 접어든 이번 공연 역시 어르신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권영보 동구자원봉사센터 소장은 "3월 12일 개강한 2기 아카데미 연극단원모집에 웃음치료사 요가강사 등 전문 자격증을 지닌 12명이 지원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며 향후 휴면 전문예술인을 영입하여 노인 학대 예방뿐만 아니라 소외계층을 위한 학대예방 공연에도 치중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오금희기자 ohkh7510@naver.com

멘토:배성훈기자 bae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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