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쉬어 가기

▲김나운
▲김나운

오늘도 아침 해가 밝았다. 고단한 눈꺼풀을 들어올리고 나면 모두들 좀 더 나은 모습, 좀 더 멋진 내일을 위해서 달려간다. 바쁜 우리 삶을 달리기에 비유해도 좋을 것 같다. 길고 긴 마라톤, 타인과 함께해야 하는 이어달리기, 때로는 힘차게 발을 뻗어 뛰어넘어야 할 때도 있는 장애물 달리기…. 하지만 1, 2등을 다투어야 하는 스포츠의 세계와는 달리 우리 삶의 달리기에는 한 가지 특권이 있다. 바로 '쉬었다 가기'이다.

쉬었다 가는 것, 즉 휴식의 중요성을 잘 알면서도 막상 우리는 쉬는 것에 겁을 낸다. 잠시 일을 손에 내려놓은 순간 내 몫이 다른 누군가에게로 갈 것 같고 가질 수 있는 것을 놓칠 것 같다고 생각하는 마음 때문이다. 물론 경제적인 풍요를 추구하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문제는 부를 추구하면서 그것보다 더 소중한 것들을 잊게 된다는 것에 있다. 그래서 우리는 쉴 줄 모르게 되고 자꾸 숨만 들이켜게 된다. 하지만 들숨만으로는 호흡이 이루어지지 않는 법이다. 들이쉰 만큼 내쉬어줘야 한다.

휴식은 자동차의 엔진 오일과도 같다. 엔진 오일의 역할은 엔진 내부의 직접적인 마찰을 줄이고 마찰로 인해 발생하는 열을 최소화해주는 것이다. 자동차를 오랫동안 잘 달리게 하기 위해서 엔진 오일을 정기적으로 교환해 주어야 하듯이, 삶이 과부하에 걸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한 박자 쉬어가는 마음이 필요하다.

시간이나 요일을 정해 놓고 그 순간만큼은 어깨에 힘을 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는 것처럼 확실한 피로회복제는 없다. 쉬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 주는 특별한 선물과도 같은 것이다. 비단 체력에 관한 것만이 아니다. 쉴 줄 모르는 사람은 감정도 지치게 된다. 이제 막 움을 틔운 꽃망울이나 환하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을 봐도 감동하지 못한다. 감사할 일보다 아쉬운 일, 가지고 있는 것보다 가지고 싶은 것에만 열중하고 거기에 매달리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행복을 그리워하게 되는 삶을 살게 된다. 감정이 지치는 것은 몸이 지치는 것보다 훨씬 치명적인 일이다.

빨리 살지 말자, 그렇다고 너무 느리게만 살지도 말자. 가장 쉬우면서도 쉬운 말 중 하나이다. 그 어려운 평형을 도와주는 것이 바로 적절한 휴식이 아닐까? 주위를 둘러보라. 묵묵히 곁을 지키고 있는 나의 소중한 사람들이 서 있을 것이다. 이 좋은 봄날, 한번쯤은 아이처럼 그들의 품에 안겨보는 것은 어떨까. 최선을 다해서 일한 것처럼 최선을 다해서 쉬어보자. 언제든 지친 마음을 기댈 수 있는 포근한 안식처가 있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일 것이다.

김나운<유아교육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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