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대구 서구 비산 2'3동 한 주택가. 좁다란 골목에 네모난 붉은 색 양철통이 하나 있었다. 이 곳은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주택가 골목이나 고지대에 설치한 비상소화장치함이다. 하지만 주민 대부분은 이 시설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
동네 주민 김모(78) 씨는 "20년 넘게 이 동네에 살았는데 이게(소화함) 뭔지 몰랐다. 달성공원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설치한 급수관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는 화재 취약지역에 설치된 '비상소화장치함'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항상 자물쇠로 잠겨있는데다 주민들은 비상소화함의 설치 여부를 몰라 실제 화재발생 시 초기 진압이 불가능하다.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대구 전역에 설치된 비상소화장치함은 166곳. 대부분 고지대와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한 좁은 골목의 주택가와 전통시장에 설치됐다.
대구 북구 복현동 경북대 동문 앞 좁은 골목길 구석에 회색으로 된 비상소화장치함이 설치돼 있었지만, 이 시설의 존재를 아는 주민은 한 명도 없었다. 한 주민은 "색깔이 시멘트 벽 색깔과 비슷한데다 안내판이 없어 지금까지 의류수거함인 줄 알았다"고 했다.
또다른 주민 이정갑(79) 씨는 "몇 년 전 화재가 났지만 소방차가 진입을 못했고 비상소화장치함도 잠겨 있어 큰 화재로 번진 적이 있다"고 했다.
대구 중구 태평로의 시장 한쪽에도 비상소화장치함이 설치돼 있지만 상인들은 이 시설의 용도를 알지 못했다. 이곳에서 30년째 커피를 팔고 있는 김모(63) 씨는 "소방서에서 1년에 한두 번씩 나와 사용법과 소화전 위치를 알려주지만 비상소화장치함 주변에서 장사하는 사람 외엔 이게 어떤 시설인지 아는 사람들은 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대구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비상소화장치함 사용법이 어렵지 않아 한 번만 익히면 쉽게 사용할 수 있지만 주민들을 상대로 한 교육이 없어 비상시에 활용되지 않고 있다"며 "화재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비상소화장치함의 체계적 관리와 주민 홍보에 힘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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