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대선이다. 4'11 총선 결과는 연말 대선 정국으로 이어진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중에서 어느 당이 제1당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혹은, 선거연대를 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과반을 넘는 '여소야대' 국회를 만드는 데 성공하느냐 여부에 따라 총선 후 곧바로 조성될 대선 정국의 전개 양상도 크게 달라진다. 박근혜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의 선거운동 막판 호소도 '거대 야권의 도래 저지'에 집중될 만큼 12년 만의 여소야대 구도는 향후 전개될 대선 정국의 핵심 키워드다.
여소야대는 당장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앞당길 수밖에 없다. 총선 과정에서 불거진 '민간인 불법 사찰' 논란 등 각종 정국 현안들에 대한 야권의 공세가 청와대를 정조준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이 대통령으로서는 임기를 10개월여 남겨둔 상태에서 사실상 '식물 대통령' 상태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야권의 공세가 총선 승리를 바탕으로 한 대선 진검승부로 진화한다면 향후 대선 정국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민주당은 "총선 승리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것처럼 한'미 FTA 폐기와 제주 해군기지 건설계획의 전면 재검토 등을 통해 이 정부가 추진해 온 주요 국책과제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정과 폐기를 압박하고 나설 전망이다.
특히 야권이 총선 중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던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국회 청문회와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비롯한 각종 권력형 게이트에 대한 특검과 국정조사를 촉구하면서 이 대통령에 대한 탄핵공세까지 펼칠 가능성도 없지 않아 향후 대선정국은 여야 간 정치생명을 건 '생존게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5월 말 개원해야 할 19대 국회는 여야 간 대치로 장기 표류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9대 국회는 개원도 못한 채 9월 정기국회 전까지 여야 간 날 선 장외대치를 이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새누리당의 입장에서는 140석에 가까운 의석을 확보, 18대 국회에서와 같은 '여대야소'가 되지 않더라도 원내 제1당의 위상을 유지하면서 대선정국의 주도권을 확보하게 될 뿐만 아니라 박 위원장의 대선도전 가도에 날개를 다는 최상의 성적표를 얻는 것이 목표다.
물론 투표일인 11일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박빙 지역으로 예상되던 서울 수도권 지역에서 예상 외의 성적을 거둬 제1당의 위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 후보의 실제 득표율을 여론조사로 나타난 수치보다 5~7%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전망을 감안한다면 새누리당의 140석 안팎을 확보하는 총선 승리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위원장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는 여소야대 정국 도래와 더불어 새누리당이 120석 안팎의 의석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번 총선은 박 위원장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당명을 바꾸고 정강정책을 쇄신하는 한편, 공천을 주도하고 선거지원유세도 혼자서 이끈 사실상 '박근혜선거'였다는 점에서 총선 결과에 대한 책임도 박 위원장이 혼자서 도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새누리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합쳐 121석에 못 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게 될 경우 박 위원장과 친박계로서는 상상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 '박풍'(朴風)의 위력이 수도권에는 미치지 못하고 영남권에 그쳤다는 지역적 한계를 노출했을 경우에도 박 위원장의 대선 가도에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하다. 대선주자로서 박 위원장의 위상변화도 불가피해지게 된다.
여소야대 국회를 만들지 못했더라도 통합진보당의 의석수가 몇이냐도 향후 정국의 풍향계다. 통합진보당이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원내교섭단체 수준의 의석을 확보, 원내 교두보를 마련하게 될 경우 대선정국은 진보당이 좌우하게 될 수도 있다. 교섭단체까지는 되지 않더라도 15석 안팎을 얻어 정국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될 경우에도 통합진보당의 정치적 영향력은 지금까지와는 천지차이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민주통합당 내에서도 총선 성적표에 따라 한명숙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되거나 문재인 고문 등 대선주자들의 위상변화가 불가피해질 것이다.
여야가 총선 성적표를 받아들고 샅바싸움을 하면서 국민적인 정치 불신이 심화될 경우, 총선과정에서 시동을 건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정치적 발걸음은 대선을 향해 곧바로 옮겨갈 수도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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