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그러진 10대] <상>문신하는 청소년들

"멋지지" 너도나도…지울 수 없는 후회

청소년들 사이에 문신이 유행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단지 멋져 보인다는 생각에 거리낌 없이 문신을 하고 있다. 지역 고교에 다니는 남
청소년들 사이에 문신이 유행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단지 멋져 보인다는 생각에 거리낌 없이 문신을 하고 있다. 지역 고교에 다니는 남'여학생 문신 모습.

"요즘 10대들은 몸으로 먼저 표현한다."

지역 청소년성상담센터 한 관계자는 요즘 청소년들은 몸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며 자신들만의 또래 문화를 만드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단지 멋있다는 이유로 온몸에 문신을 새기고, 쉽게 돈을 벌려는 생각에 남학생들이 술을 따르는 등 기성세대의 나쁜 점을 무분별하게 모방하거나 흡수하고 있다는 것. 신체를 매개로 일그러진 10대들의 실상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이달 12일 오후 대구의 한 특성화고교(옛 전문계고) 상담실에서 만난 2학년 A(17) 군은 중학교 때 친구들이 새긴 문신을 보고 멋있다는 생각에 등 전체에 새긴 도깨비 무늬가 너무 후회된다고 했다. 대중목욕탕을 갈 수 없고 더워도 상의를 벗을 수 없어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고 했다.

"그땐 친구들이 새긴 문신이 너무 멋져 보였어요. 여섯 차례에 걸쳐 100만원을 들여 문신을 새기느라 다른 친구들의 돈까지 빼앗기도 했는데 지금은 너무 후회됩니다."

작년 봄 친구에게 이끌려 문신 시술업체를 찾은 B(18) 군도 두 팔에 문신을 새겼다. 그는 수학여행에서 친구들과 샤워를 하면서 본 친구의 문신이 너무 멋져 보여 따라했지만 지금은 족쇄가 됐다고 했다. B군은 "친구들 사이에서 선호하는 문신은 도깨비 모양이 가장 많고 호랑이, 용, 미인도, 잉어, 꽃 등 다양하다"며 "지금은 문신을 하고 싶다는 친구가 있으면 따라다니면서 말리고 있다"고 했다.

청소년들 사이에 문신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최근 문신을 한 10여 명의 고교생을 만난 결과, 특성화고교 경우 한 반에 평균 서너 명은 문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교생으로 따지면 수십 명이 문신을 한다는 얘기다.

여학생도 예외는 아니다. 지역 한 고교 2학년 C(17) 양은 지난해 여름 남자친구를 따라 문신 시술업체를 찾았다가 등에 용과 꽃 그림을 새겼다. 그는 "남자친구가 문신하는 것을 보고 호기심에 같이 문신을 새겼다"며 "지금은 문신을 지우고 싶지만 완전하게 지워지지는 않는다고 해 후회가 된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작년 10월 네 차례 시술을 통해 가슴부터 팔꿈치까지 문신을 새긴 D(18) 군은 "최근 들어 10대들 사이에 문신이 유행하고 있는데 중독성이 있다. 주위에 문신을 한 친구가 30여 명은 된다"고 했다. D군은 "일단 (문신이) 돋보이고 멋있어서 다른 친구들이 우러러보니깐…. 기회가 되면 등 전체에 문신을 새기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경찰청 김선희 폭력계장은 "불법 문신 시술업자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고교생들이 무분별하게 문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며 "문신한 지역 고교생 100여 명을 조사해보니 많은 학생이 후회를 하고 있어 시교육청 등과 협력해 청소년 문신 제거수술을 시행하고 있다"고 했다.

코나 귀, 배꼽에 피어싱을 하고, 불량 서클렌즈나 접착제를 이용해 속눈썹을 만드는 것도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한 여고생은 "귀에 피어싱을 하는 것은 다반사고 여름에 비키니를 입고 뽐낼 생각으로 배꼽에 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대구 동성로 한 피어싱업체 업주는 "중'고생은 주로 귀에 피어싱을 하기 위해 많이 찾아오지만 코나 눈썹에 피어싱을 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했다.

눈을 크게 하고픈 욕망에 서클렌즈를 착용하는 학생들도 많다. 한 여학생(15)은 "눈이 조금 더 커보이게 하기 위해 같은 반 친구 절반가량이 미용렌즈를 착용하고 있다. 사용기한을 넘겨 렌즈에 흠집이 난 상태에서도 그대로 착용해 결막염과 각막염에 걸렸다"고 했다.

최근엔 쌍꺼풀을 만들기 위한 속눈썹 접착제도 여'중고생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시내 한 화장품 판매점 관계자는 "속눈썹 접착제를 구입하는 고객은 대부분 여학생이다. 하루에 보통 6, 7개가 팔린다"고 했다.

이에 대해 피부과 전문의 박상재 원장은 "문신을 새길 때 같은 바늘을 여러 번 사용하면 B'C형 간염에 감염될 위험이 높다"며 "특히 불법 문신 시술업자들은 싸구려 중국산 잉크를 사용하기 때문에 색소발암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경북대 이동진 교수(사회학과)는 "청소년들이 문신, 피어싱 등의 몸치장을 통해 기성세대들과는 차별화된 자신들만의 또래 문화를 만드는 경향이 이런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며 "이런 문화는 자칫 조직폭력배 등 범죄세력으로 연계될 수 있어 법적으로 규제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