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도덕적인 좌파

스페인 내전은 서구 제국주의의 부도덕을 맹렬히 비난해온 좌파들이 자신들의 비난 대상 못지않게 부도덕했음을 잘 보여줬다. 그런 대표적인 인물의 하나가 행동하는 좌파 지식인으로 명성이 높았던 앙드레 말로다. 그는 스페인 내전 때 공화정부에 사기를 쳐 톡톡히 재미를 봤다. 전쟁이 터지자 공화정부를 돕는다며 용병 조종사들로 '에스파냐'라는 비행단을 조직해 스페인으로 날아갔다. 그러나 그들의 전투력은 수준 이하였고 전투에도 잘 나서지 않았다. 그런데도 막대한 임금은 꼬박꼬박 챙겨갔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비행기가 한 대도 없었던 공화정부의 궁색한 처지 때문이었다. 용병과 무기 산업의 어두운 세계에 무지했던 공화정부는 여러 사기꾼에게 속아 큰 피해를 당했는데 말로는 그중 두드러진 인물이었다.

스탈린도 마찬가지였다. 스탈린은 공화정부에 무기와 원자재, 병력을 지원하면서 공화정부를 뜯어먹었다. 당시 스페인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스탈린은 지원 대가로 이 금을 가져갔다. 그 양은 스페인 금 보유고의 3분의 2가 넘는 510t이나 됐다. 당시 시세로 5억 1천800만 달러, 그야말로 '거금'(巨金)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화정부의 경제는 치명타를 입었다. 화폐 가치는 반 토막이 났고,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화폐 가치는 떨어지는데도 물품 수입은 계속 늘어나 재정은 파탄으로 내몰렸다. 그러나 스탈린은 루블화의 가치를 공식 시세보다 높게 평가하는 수법으로 스페인 공화정부에서 가져간 금이 실제 지원 규모보다 1억 달러 이상이나 적다고 엄살을 떨었다.

총체적 부정선거로 판명된 통합진보당 4'11 총선 비례대표 경선도 자칭 진보주의자들의 도덕성의 실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도덕성을 제1의 가치로 내세워왔지만 드러난 실상은 전혀 아니다. 여기서 하나의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들은 뿔 달린 시뻘건 괴물도 아니고 날개 단 순백의 천사 역시 아니며 그저 권력에 목말라하는 '정치적 인간'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그런 깨달음에는 덤도 있다. 그들이 민주주의의 '민'자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민주주의의 생명은 절차적 정당성이다. 부정 경선은 이를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다. 민주주의를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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