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성녀(聖女)' 에바 페론(1919~1957)은 빈민을 사랑했다. 그러나 잘살게 해주지 못했다. 사랑의 방법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그녀의 사랑 방법은 국가와 국민 모두를 가난에 빠뜨렸다.
1919년 오늘 사생아로 태어나 먹고살기 위해 삼류배우로 전전했다. 자기 앞길을 열어줄 것 같다 싶으면 어떤 남자와도 만났고 동침도 꺼리지 않았다. 그중 하나가 후안 페론이다. 이를 계기로 그녀의 인생은 극적으로 반전된다. 페론의 정치적 성장에 위협을 느낀 군사정부가 그를 감금하자 에비타는 노동자를 부추겨 총파업을 일으켰다. 페론은 환호 속에 석방됐고 대통령에 당선된다. 퍼스트레이디가 되자 재단을 만들어 학교와 병원, 고아원을 짓고 자기 이름을 딴 의료지원 기차로 전국을 누볐다. 남편을 부추겨 나라를 복지 천국으로 만들었다. 대중은 환호했으나 나라는 골병이 들어갔다. 권력의 맛을 알자 스스로를 대단한 인물로 착각하기도 했다. 초등학생에게 매주 자기 부부를 찬양하는 작문 숙제를 냈고 자서전을 교재로 채택하도록 압력을 넣었다.
"아르헨티나여 나를 위해 울지 말아요." 그녀의 묘비명의 첫 문장이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그녀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녀 때문에 울었다. 그것도 수십 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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