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로 마음을 전하고 따뜻한 밥 한 주걱으로 사랑을 나누고자 시작했죠. 장애를 갖고 수혜자로 살기보다는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나눔의 정신으로 현재까지 오게 된 겁니다."
대구시각장애인연합회 예술단장이자 노숙인과 결식노인들을 위한 무료급식 봉사를 9년째 하고 있는 최영진(56'사진) '사랑해 밥차' 대표. 노숙인 등 500여 명에게 점심을 제공하려면 오전 7시부터 찬거리를 준비해야 하고 배식과 설거지를 마치면 오후 3시가 넘어야 한숨을 돌린다.
"'사랑해 밥차' 점심급식은 한 번에 600명에서 700명가량 제공합니다. 처음 시작했을 때 주위에서는 며칠 못 갈 것이라고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넉넉지 않은 살림이지만 매번 수백 명에게 따뜻한 국과 밥 한 그릇을 제공해 온 게 벌써 10년이 다 돼 가니 저도 믿기지 않습니다."
시각장애 5급인 최 단장은 "스스로를 빚이 많은 사람"이라고 했다. '사랑해 밥차'를 운영할 수 있는 것은 시각장애인들의 공연 수익금과 기업체, 개인 후원 덕분이다. 여기에 배식 때마다 2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의 땀이 보태진다. 이들 모두가 최 단장의 든든한 후원자들이다.
"9년 전 2.5t 차량으로 무료급식을 할 때보다는 형편이 많이 좋아졌죠. 그러다가 2009년 BC카드사가 후원하고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공모한 '사랑해 밥차' 사업에 선정돼 주방시설을 갖춘 밥차를 받아 훨씬 편리하게 급식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사랑해 밥차'는 현재 전국에서 8대가 운영되고 있다. 이 중 최 단장의 밥차는 매주 월요일 두류공원 네거리, 화요일 문화예술회관 앞, 수요일 북비산네거리, 목요일 서부정류장 등지에서 4차례 점심을 제공한다. 쌀과 부식비용을 뺀 밥차의 1회 급식에는 40만~50만원의 경비가 든다.
그에 따르면 2000년 처음 시각장애인 풍물예술단을 결성해 공연을 하면 약 30만원의 공연수익이 생겼다. 이것을 나누면 단원 한 사람당 2만~3만원꼴로 돌아갔다. 최 대표는 단원들이 이 돈으로 술 마시는 것을 보면서 이 돈으로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밥을 지어드리자고 제안했다.
"추운 겨울에 어르신들이 따뜻한 밥을 맛있게 드시는 것을 보면 마음이 뿌듯합니다. 노숙인들도 무척 고마워하고요. 이런 보람에 지금까지 급식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급식 날 아침이면 최 단장은 직접 팔달시장에서 장을 본다. 상인들도 그의 일에 동참해 찬거리를 싸게 팔고 덤도 많이 내놓는다고 귀띔했다.
최 단장의 고민도 없지 않다. 주위의 작은 도움이 모여 '사랑해 밥차'를 달리게 하지만 최근 경기불황으로 후원금이 줄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급식을 해주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최 단장은 한 달에 한두 번씩은 밥차 급식 후 어르신들의 무료함을 달래는 공연도 빼놓지 않고 있다.
"모두가 어려울 텐데 저만 어렵다고 말하는 게 쑥스럽죠. 힘닿는 데까지는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최 단장의 바람은 '사랑의 무대 차량'을 '사랑해 밥차'와 함께 운영하는 것이다. 어르신들이 식사 후 바로 그 자리에서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면 더 건강한 삶을 즐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무대 차량'마련은 현재 후원기업체와 논의 중이라고 했다.
"급식 봉사를 하면서 제가 한 가지 자부하는 점은 시각장애인들의 이미지를 바꿔놓았다는 겁니다. 사회구성원으로서 나눔과 봉사를 통해 삶의 긍지를 가질 수 있었던 거죠."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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