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곳곳 쌓인 배설물… 나들이 망치는 '골칫거리 애완견'

목줄 매지 않아 위협적…관리소 "단속 권한 없다"

9일 대구 신천둔치에서 목줄을 매지 않은 애완견이 잔디밭을 뛰어다니다 배설을 하자 주인이 애완견을 붙잡고 배설물을 치우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9일 대구 신천둔치에서 목줄을 매지 않은 애완견이 잔디밭을 뛰어다니다 배설을 하자 주인이 애완견을 붙잡고 배설물을 치우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애완견이 새로운 '골칫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공원, 신천둔치 등에서 애완견 때문에 다치거나 각종 소음과 오물 등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등 크고 작은 말썽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

이지화(가명'57) 씨는 이달 5일 애완견을 데리고 수성못에 산책하러 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지나치던 정명환(가명'53) 씨의 애완견이 갑자기 자신의 애완견에 달려들어 물어뜯는 바람에 애완견은 물론 이를 말리던 이 씨도 넘어져 오른쪽 무릎을 다친 것.

박세현(52'수성구 범어동) 씨도 최근 신천둔치에 산책하러 나갔다 목줄을 매지 않은 채 풀어놓은 개가 갑자기 쫓아와 공격하는 통에 하마터면 크게 다칠 뻔했고, 노수정(25'여'달서구 두류동) 씨도 애완견 배설물 등으로 불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노 씨는 "날씨가 따뜻해지면 두류공원은 '개 반 사람 반'이다. 크고 작은 개들이 짖어대는 통에 매번 위협을 느끼고 애완견 배설물도 불쾌하기 짝이 없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두류공원에 운동하러 나온다는 손영일(52'달서구 감삼동) 씨도 "개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데 전혀 배려를 하지 않는다. 특히 큰 개를 데리고 나온 경우 뒤에서 따라가기가 겁날 정도"라고 속상해했다.

실제 애완견 등 반려동물이 크게 늘어 지난해 11월 농촌진흥청 발표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연간 1조8천억원으로, 국내 애견 인구는 400만 명, 반려견 수도 250만 마리에 달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공원관리소나 해당 지자체는 인력난 등을 이유로 애완견 등에 대한 지도에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하루 평균 8천 명이 이용하는 두류공원의 경우 165만3천965㎡(50만 평)에 달하지만 공원을 관리하는 인력은 청원 경찰 2명뿐이다.

공원 전체를 관리하기가 벅찬데다 단속 권한도 없어 애완견 지도에 애를 먹고 있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원에서 애완동물의 배설물을 수거하지 않거나 목줄을 착용시키지 않은 경우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하도록 정해 놓았지만 사법권이 없다 보니 단속에 항의하면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

남구청 관계자는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홍보하지만 대부분 반응이 시큰둥하다. 돌아서면 다시 목줄을 풀어버린다"며 "성숙한 애견 문화가 아쉽다"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두류공원 관리사무소 최은식 주무관은 "공원은 이용하는 시민들이 만드는 것이다. 아무리 아름답게 공원을 꾸며놓아도 이용하는 시민들이 성숙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며 "애완견을 데리고 나온 경우 다른 사람들을 위해 지켜야 할 요건을 꼭 따라주는 성숙한 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