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 무시' 본색 드러낸 이랜드 그룹

토종 동아백화점 인수 2년, 무슨 일이…

'서자라서, 지방이라서 서러워….'

동아백화점 직원 A씨. 요즘 사표를 낼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이랜드에 인수되기 전 옛 동아백화점 직원인 까닭에 늘 찬밥신세인 것이다. A씨는 "동아 출신 직원들은 서자 취급을 당한다"면서 "진급은 꿈도 꾸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랜드그룹이 토종백화점이던 동아백화점을 인수한 지 2년,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서자라는 멍에

2010년 3월 38년간 지역 토종 백화점의 자존심을 지켜왔던 화성산업㈜ 동아백화점의 유통 부문(동아백화점본점'쇼핑점'수성점'강북점'구미점, 동아마트 수성'포항점), 유통센터, 동아스포츠센터 등이 이랜드그룹의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에 매각됐다. 전 직원 고용승계와 함께'동아'란 상호 사용 등의 조건이 포함됐다.

그러나 고용승계라는 대의는 허울뿐 정작 옛 동아 직원들은 순혈 동아(?)란 멍에에 힘들어 하고 있었다.

직원 B씨는 "아무리 옛 직원들이 패잔병이지만 이랜드그룹 직원들과의 차별이 너무 심하다"며 "급여는 물론 성과급도 확연히 차이난다"고 말했다.

올해 초 이랜드는 대대적으로 수백만원의 성과금을 지급했으나 동아백화점 직원들은 고작 몇십 만원밖에 손에 쥐지 못했다. 그것마저도 직급에 따라 나뉘고 여성직원의 경우 10만원이 고작이었다는 전언이다.

복지 부문에서도 서자와 적자 간 차등이 심하다.

20년 이상 근무한 한 직원는 "이랜드에 인수된 후 학자금 지원을 하루아침에 받지 못하게 됐다"며 "아무리 오랫동안 동아에 근무를 했어도 인수된 날부터 1년차 경력으로 치더라"고 말했다. 이 직원는 지난해 회사를 떠났다. 직원들에 따르면 자의반 타의반으로 떠난 이들이 40~50명에 달한다고 한다.

한 직원은 "능력을 인정받던 직원들은 이런저런 이유에서 타 지역 발령이나 관련 없는 부서로 인사가 났고 하나둘 회사를 그만뒀다. 옛날 동아직원들은 이랜드 아래에선 미래가 없다. 제발 대구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발령이나 나지 않는 게 최대 바람"이라고 했다.

이랜드 측은 "성과급 차등 지급 등은 동아백화점이 아직 정상화되지 않은 때문"이라며 "부산 등 다른 지역 유통 부문도 마찬가지"라고 해명했다.

◆지역 무시

이랜드의 이중 잣대는 직원들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여느 수도권 대기업처럼 지방 무시 정서가 그대로 배 있다.

현재 이랜드는 올해 토종 아울렛인 올브랜까지 인수, 롯데와 유통부문에서 양대산맥을 형성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랜드가 동아백화점을 발판 삼아 올브랜과 동성로의 스파 브랜드 등 대구경북에서 유통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며 "매년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밝혔다.

그러나 지역에 대한 기여는 쥐꼬리만 하다. 대구시의 2011년도 대구지역 외지 유통업체 지역기여도 추진 실적에 따르면 2010년 용역서비스 지역발주 비율은 100%였으나 올해는 57.1%로 크게 줄었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이 대구은행에 각각 300억원, 500억원 등의 정기예금을 하고 있으나 이랜드는 0원이다. 소통 창구도 없앴다.

올해 초 본부장을 서울로 불러들여 사실상 권한 있는 인사와 대구와의 소통 창구를 닫았다. 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다른 대형유통업체들은 상무나 전무이사 등 권한을 가진 임원들이 대구시와 업계 간 이견을 조율하지만 유독 이랜드는 권한을 가진 인사가 없다. 소통에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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