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 영화] 머신건 프리처

목회자가 된 탕아 기관총 든 이유는

이번 주에는 북우간다와 남수단을 오가며 총을 들 수밖에 없었던 미국인 목사의 실화를 다룬 영화가 개봉한다. 실제 이야기의 주인공인 '샘 칠더스'의 자서전 '어나더 맨스 워'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감옥에서 출소한 이후에도 마약과 범죄 등으로 엉망인 삶을 살아가던 샘 칠더스(제라드 버틀러)는 마약에 취한 상태에서 드라이브하던 중 태운 사람을 우발적으로 살해하게 되고 다음날 깨어나 깊은 후회와 반성을 하게 된다. 가족들에게 도움을 청하자 그들은 샘을 교회로 이끈다. 정상적인 직업을 가지고 건실한 교인 생활을 하던 그는 어느 날 함께 드라이브했던 친구에게 다행스럽게도 자신이 죽인 줄 알았던 사람이 목숨을 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신의 은혜에 감사하던 그에게 이후 연달아 고난과 행운이 함께 뒤따르고 결국 그는 교회를 짓고 목회자의 길을 걷는다.

그렇게 만족스러운 삶을 이어가던 그는 우연히 수단의 집짓기 봉사에 참여하면서 다시금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팔려가고 총을 들고 군인이 되어 총알받이가 되거나 혹은 제거의 대상이 되는 상황을 직접 눈으로 보게 된 것이다. 죽어가는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그는 목사이면서도 총을 들고 반군에게 맞서기 시작하고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게 된다.

당시 내전 때문에 정상적인 국가 시스템이 가동되지 않는 나라였던 수단에서 이슬람교와 기독교라는 종교는 분쟁의 대상일 뿐이고 사람들은 가족을 잃고 자신도 위험에 처한 상황에 놓여 있다. 영화 '컬러풀'의 원작자인 모리 에토의 유사한 내용을 다룬 단편소설 제목을 빌리자면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와 같은 참혹한 상태인 것이다. 샘의 아내처럼 소설 속 주인공은 분쟁지역을 누비는 남편을 한없이 기다린다.

감옥에서 출소한 탕아가 종교를 통해 감화되는 이야기의 출발과 '목사'라는 직업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종교적인 내용에 거부감을 갖는 관객도 있을 수 있으나 봉사현장에서 맞이한 실상에 더 큰 눈을 뜨게 된 인물의 보편적인 인류애로 이를 받아들인다면 생생한 이야기를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관객들은 샘과 가족, 그리고 그를 후원하는 주위의 인물들을 시험에 빠지게 하는 상황의 모순처럼 세계적인 경제불황으로 문명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일자리를 잃고 거리를 떠도는 현실에서 지구 반대편의 이야기에 더 관심을 둬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 역시 가질 수 있다.

이 영화는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아이들을 구하고 평화를 위해서 반군을 죽여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그리고 자신에게 새 삶을 살게 해준 신앙과 현실 사이에서 괴로워하고 고뇌하는 주인공의 모습 등을 통해 삶의 정의에 대해 성찰하고 있다. 상영시간 123분, 15세 관람가.

김삼력 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ksr@y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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