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연구개발(R&D) 허브 기관을 목표로 설립된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이 정체성을 상실하고 있다. 지역과학계는 2004년 설립 초기부터 역할 부재 논란을 빚어 왔던 DGIST가 총장 체제 개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역 연구 프로젝트 개발 및 산'학'연 네트워크 구축에 소홀한 점을 근본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연구' 없는 연구중심대학
DGIST 설립 목적은 대구경북 중심의 동남권 R&D 기능 강화다. 연구와 교육을 병행하는 연구중심대학으로 지역대학 및 지역산업체 간 연계 활성화를 촉진하는 산업화 연구기관으로 구상된 것.
하지만 지난해 총장 체제 개편 이후 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개설한 DGIST는 연구 기능은 외면한 채 교육 기능으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경상북도 측은 "지금껏 DGIST는 대구-경북 연계 협력 연구 과제를 전혀 내놓지 못했고 당초 설립 목적과 달리 운영되고 있어 예산 지원을 전면 중단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반면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산'학'연 네트워크 구축 성과를 속속 내놓고 있다. GIST 과학기술응용연구소가 대표적 사례. 연구소는 2011년 1년간 전남대'조선대'호남대 등 지역 주요 대학과 협력해 26개 기업을 대상으로 기술 지도 사업을 실시해 80억원의 성과를 올렸다.
DGIST의 산학 협력 성과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신성철 총장 취임 이후 지역 기업 CEO 초청(오픈 이노베이션 데이), 산'학 협력동 건립 사업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그치고 있다. 지역 기업, 지역 대학과 연계하는 연구 프로젝트 개발도 없다.
지역 과학계 인사들은 "대구경북 협력사업으로 탄생한 DGIST는 대구경북 공동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할 의무가 있다"며 "교육 기능 일변도에서 탈피해 연구 역량 확충을 통한 대구경북 신성장엔진 기술개발과 산학연 네트워크 형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총장 인센티브 줄 자격 있나
DGIST 이사회는 학교 발전기금 중 8천875만원을 신 총장 특별 인센티브로 지급한 이유로 '지나치게 낮은 총장 급여 현실화'를 들고 있다.
하지만 DGIST 총장 연봉은 다른 과학기술대학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감사자료에 따르면 DGIST 총장의 연봉과 업무추진비는 연평균 1억9천200만원으로 객관적 평가에서 DGIST에 앞서 있는 GIST의 1억8천210만원과 비교해 1천만원 가까이 높다.
GIST는 영국 글로벌 대학평가 기관인 QS의 '2011년 세계 대학평가'에서 교수 1인당 논문 피인용 수 부문 세계 12위, 3년 연속 아시아 1위를 기록했다. 반면 DGIST는 2007년,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 기관 평가에서 모두 미흡(C) 판정을 받았다. DGIST 이사회는 발전기금 모금에서도 다른 과학기술대학에 뒤처져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2008년 675억여원을 포함, 2010년 기준 1천500여억원(부동산'현물 포함)의 발전기금을 마련했다.
울산과학기술대(UNIST)는 조무제 총장이 15년간 1천500억원을 대학 발전기금으로 조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GIST 역시 연간 5억원의 발전기금을 적립하고 있다. 반면 DGIST 이사회는 지금껏 발전기금 모금에 전혀 성과를 내지 못하다가 지난해부터 본격 모금에 나서고 있다. 다른 과학기술대학 이사회에는 기업인이 대거 포진한 것과 달리 DGIST는 정'관'학계 인사가 대부분을 차지해 발전기금 모금에 구조적 취약점을 갖고 있다.
DGIST 이사회에는 김범일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당연직 이사로 참여하고 있으나 이번 특별 인센티브 지급을 사실상 방치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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