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오늘 청송, 내일 안동

고려 인종이 김부식에게 말했다. "오늘의 학사 대부들이 오경(五經)과 제자(諸子)의 글이며 진한(秦漢) 역대의 역사는 혹 널리 알고 자세하게 말하는 사람이 있으나, 우리나라 일에 있어서는 망연(茫然'아득함)하여 그 시말을 모르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왕은 "고기(古記)는 글이 거칠고 서투르며 뜻이 통하지 않을 뿐 아니라 사적이 빠지고 없어지고 해서 임금의 선악과 신하의 충사(忠邪), 나라의 안위와 인민의 이란(理亂)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다"고도 했다. 임금은 "이로써 뒷사람들을 권면(勸勉)하고 징계할 수 없으니 한 나라의 역사를 완성하여 이를 만세에 넘겨주어 해와 별처럼 밝히고 싶다"는 말도 남겼다. '삼국사기' 편찬 배경이다.

조선의 서애 류성룡도 같은 생각이었다. "우리 역사는 우리 문헌으로는 증거를 세울 수가 없는데 수천 년 뒤인 지금에 이를 찾아서 밝히고자 하나 어려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중국 일에 관해서는 조금은 좁은 견식을 면하고 있으나 유독 우리나라의 일에 관해서는 한두 가지도 알지 못하니 탄식할 만합니다." 이에 그는 스스로 사서를 냈다. "우리나라와 중국 역사를 통틀어 하나의 기록으로 꾸며서 이름하기를 '제왕기년록'(帝王紀年錄, 역사 연표가 실린 서애의 저서)이라 하고서 보는 데 편리하도록 하고자 하나 다만 상고해볼 수 있는 서책이 없는 것이 한스럽습니다." 문하생 노경임에 보낸 편지글이다.

우린 우리 역사에 소홀했고 무지했다. 외침(外侵)은 되풀이됐고, 이를 경계하고 잊지 말자는 다짐도 있었다. 사서 편찬과 역사적 사실을 깨우침은 그 전철을 밟지 않으려 함이다. 그런 면에서 올핸 의미 있다. 우리 지역은 더 그렇다. 청송과 안동의 행사 때문이다.

6월 1일 청송에선 제2회 의병의 날 기념식이 있었다. 정부가 매년 6월 1일을 '의병의 날'로 정한 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청송 개최는 의병 배출과 무관하지 않다. 1천927명의 전국 의병 유공 선열 등재자 중 청송은 87명. 전국 시'군 중 가장 많다. 전국 평균의 10배다.

또 6월 2일부터 안동에선 임진왜란 발발 60년마다 맞는 주갑(周甲) 행사가 있다. 올핸 7주갑이다. 경상도는 의병 시발지다. 임란과 일제강점기 때도 그랬다. 역사의 상흔을 되새기고 우리 고장 의병들의 혼을 달래는 한편 역사에서 소중한 교훈을 배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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