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울진 대게·청도 소싸움 로봇… 지역 대표하는 로봇 등장이오

경북도 '시군특화 로봇사업' 성과

지난 달부터 울진대게관에서 안내도우미 역할을 맡고 있는 울진 대게로봇.
지난 달부터 울진대게관에서 안내도우미 역할을 맡고 있는 울진 대게로봇.
싸움소기술을 시연할 수 있는 청도 소싸움 로봇
싸움소기술을 시연할 수 있는 청도 소싸움 로봇
지난 2월 첫 시연을 마치고 연말 출격을 앞둔 산불감시로봇
지난 2월 첫 시연을 마치고 연말 출격을 앞둔 산불감시로봇
간호사가 하는 일을 도와 환자를 돌보는 노인간호보조로봇
간호사가 하는 일을 도와 환자를 돌보는 노인간호보조로봇

2013년 5월 어느날. 직장인 김모(45) 씨는 주말을 맞아 아내와 두 아들을 데리고 부모님을 찾아뵙기 위해 오랜만에 고향인 청도를 찾았다. 고향에 도착한 김 씨는 집 앞 과수원에서 복숭아에 농약을 치고 있는 로봇을 보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부모님을 발견했다. 예전 같으면 일손이 많이 들어가는 복숭아 농사지만 농약을 치고 가지를 쳐주는 로봇 덕에 부모님은 한층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부모님과 오붓한 주말을 보낸 김 씨는 일요일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멀리 울진으로 바닷바람을 쐬러 떠났다. 울진에 도착한 김 씨 가족은 지난해 5월 개관한 울진대게관에 들렀다. 때마침 대게로봇이 나타나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무게 80kg에 달하는 대형로봇이지만 집게를 흔들며 인사하는 모습이 깜찍하다. "따라오세요"라고 하더니 1, 2층을 자유자재로 다니며 대게의 산란과정과 효능, 종류 등을 일일이 안내한다. 스스로 충전하고 장착된 센서기능으로 아이들을 요리조리 피해다닌다. 두 아들 녀석이 신이 나서 어쩔 줄 몰라한다. 김 씨의 입안에는 군침이 돈다. 인근 식당에서 대게를 주문해 가족끼리 배불리 먹었다.

동해안을 따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몇달 전 경주 요양병원에 입원한 친척 할아버지를 찾았다. 치매를 앓고 계신 이 할아버지는 경주시가 지난해 개발한 노인간호 로봇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대소변을 처리해주고 위치도 파악할 수 있게 도와주는가 하면 공기정화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효자가 따로 없다. 친척 할아버지도 상태가 많이 호전돼 조만간 퇴원할 예정이란다.

◆지역 대표하는 토종 로봇 등장

1년 뒤 지역에서 생산된 토종 로봇들이 펼쳐 보일 경북지역 농어촌의 모습이다. 경상북도가 지능형 로봇을 시군 지역특화산업과 연계해 개발'보급하는 '시군 특화산업 로봇융합사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지역경제 활성화와 로봇산업 발전을 이끌어내기 위해 시작한 로봇융합사업이 시행 2년 만에 지역특화형 로봇들을 잇따라 개발하면서 올해부터 이미 지역을 대표하는 로봇들이 탄생하고 있다.

지난 5월 개관한 울진대게관에는 울진군과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이하 로봇연구원)이 공동으로 개발한 울진대게 안내로봇이 관람객들을 맞고 있다. 키 1m에 몸무게 80kg인 이 로봇은 당초 계획보다 6개월 앞당겨 실전에 투입됐다.

올 연말에는 봉화군과 로봇연구원이 공동개발한 산불감시로봇이 등장한다. 산불이 많이 발생하는 봉화군이 산불감시를 위해 2010년 12월 개발을 시작했다. 지난 2월 첫 시연을 마친 상태다. 올 연말까지 로봇개발을 완료하고 내년부터는 실제 상황에 투입'운영된다. 산불감시로봇은 무선조종 비행체에 고정식 카메라 모듈을 탑재해 20분간 반경 1km를 감시하며 실시간으로 영상을 전송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올 연말 경주에서는 노인간호보조로봇이 등장한다. 바이오 기능을 체크하는 기존의 로봇과 달리 병원 간호사의 일손을 도와주는 로봇이다. 병원 복도를 오가며 무선으로 환자의 체온을 수집한다. 대소변 역시 점검이 가능하고 환자의 위치까지 알려준다. 이러한 데이터는 병원 내에 있는 환자관리시스템에 자동 전송된다. 처방한 약도 일일이 간호사가 환자에게 챙겨줄 필요가 없다. 알아서 약제도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간호사가 환자에게 전할 말을 녹음해 환자에게 들려주는 심부름도 대신한다.

비슷한 시기 청도에서는 소싸움 로봇이 등장한다. 청도소싸움경기장 활성화 및 소싸움에 대한 흥미를 유도하기 위해 개발됐다. 실물크기로 싸움소 특성을 살리고, 소싸움 기술을 재연할 수 있다.

◆지역경제 성장의 '엔진'

이 같은 성과들을 앞세워 도가 추진하고 있는 '시군 특화산업 로봇융합사업'의 전망은 장밋빛이다. 특히 500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재)포항지능로봇연구소가 지난 3월 한국로봇융합연구원으로 승격하면서 사업추진에 탄력이 붙고 있다.

경북도는 로봇 수요확산과 시장창출을 통해 지역 로봇산업의 발전 기반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영역을 전국은 물론 세계로봇시장으로 확장해갈 전략을 세우고 있다.

경북도는 앞으로 상주의 '곶감로봇', 성주의 '참외로봇', 영천의 경마장 유치와 관련 말산업과 승마인구 육성을 위한 '승마교육'훈련로봇', 울진 비행장의 레저용 경비행기 훈련을 위한 '비행기조종시뮬레이션 로봇' 등 지역의 전략산업과 관광'레포츠를 지원할 로봇 등을 개발 보급해나갈 계획이다. 특히 로봇산업의 육성을 통해 지역의 전략산업인 IT, 부품소재산업, 메카트로닉스 등의 동반 발전을 도모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성장엔진'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또 향후 개발된 로봇의 상용화, 특허권, 기술이전료 등 사업 이익에 대해서는 참여기관인 도, 시'군, 연구소가 공유키로 하고, 부품생산 등 지역기업 육성에도 나선다.

박성수 경북도 과학기술과장은 "경북의 지자체가 한데 뭉쳐 수요자인 동시에 공급자가 되어 수요를 확산하고 시장을 창출함으로써 민간참여를 이끌어내고 지역산업을 활성화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정립해 '로봇혁명의 시대'를 경북이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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