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군사적 도발 징후가 보여 우리 군이 경계 태세를 강화했다는 보도를 접하면 많은 국민은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을 떠올린다. 그는 남북 긴장 완화의 주역이었다. 남북 협력 시대를 개척한 '민간 통일운동가'로 평가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1998년 오늘 오전 임진각. 500마리의 소떼를 몰고 83세의 정 회장이 선두에 섰다. 트럭 50대도 함께했다. 17세 때 강원 통천군 아산리의 고향집에서 부친의 소 판 돈 70원을 훔쳐 가출했던 그의 얼굴에 벅찬 감회와 설렘이 나타났다.
민간 기업인으로는 최초로 남북 분단의 상징이었던 판문점을 통과하며 그는 "이번 방문이 남북 간의 화해와 평화를 이루는 초석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했다. 정 회장의 소떼 방북은 향후 10여 년간 비약적으로 성장하게 될 남북 민간 교류의 물꼬를 트는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20세기 마지막 냉전 지역인 한반도에서 군사분계선을 넘는 소떼의 모습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정 회장에게는 찬사가 쏟아졌다. 꿈에 그리던 금강산을 볼 수 있었고,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의 남북 긴장 국면에 대해 지하에서 그는 어떤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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