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심연료단지 근로자 6명 진폐증 확인

20년 이상 근무자 대상 조사…업체는 여전히 "진폐증 없다"

안심연료단지 내 한 연탄공장에서 25년 동안 근무하다 진폐증을 앓고 있는 유기목 씨는 밀양의 한 진폐증 전문병원에서 9년째 입원하고 있다. 유 씨는 숨이 가빠 산소호흡기를 달아야만 견딜 수 있다. 이창환기자
안심연료단지 내 한 연탄공장에서 25년 동안 근무하다 진폐증을 앓고 있는 유기목 씨는 밀양의 한 진폐증 전문병원에서 9년째 입원하고 있다. 유 씨는 숨이 가빠 산소호흡기를 달아야만 견딜 수 있다. 이창환기자

대구 동구 안심연료단지 인근에서 20년 이상 살았던 한 주민이 진폐증 진단(본지 15일자 4면 보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자 과거 연료단지 연탄공장에서 근무했던 노동자들이 진폐증을 앓고 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연료단지 측이 '연탄공장 직원 중에 진폐증 환자가 없었다'는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기자가 연료단지에서 20년 이상 근무했던 노동자들을 확인한 결과 6명 정도가 진폐증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5년 동안 연료단지 D연탄에서 근무했던 유기목(74) 씨는 9년째 밀양의 한 진폐증 전문병원에 입원 중이다. 1968년부터 해당 연탄업체에서 근무한 유 씨는 1993년 퇴직 전에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는 진폐 증상이 나타났다고 했다.

그러다가 증상이 심해져 2004년 이 병원에 입원했다. 유 씨는 산소호흡기가 없으면 아무 곳에도 가지 못한다. 병상 옆, 화장실, 휠체어에도 산소호흡기가 있다. 화장실에서 세수한 뒤에도 산소호흡기를 꽂아야 할 정도다.

유 씨는 "지난해 3개월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중환자실에 있기도 했다. 정밀검사를 하면 폐가 아예 없다. 살아 있는 것만도 기적"이라고 말했다.

D연탄에서 33년 동안 근무했던 송영보(76) 씨도 4년 전 진폐 7급 판정을 받았다. 그는 경사지나 계단을 오르는 것은 물론 평지를 걷기도 힘들다.

송 씨는 "몸 상태를 봐서는 3~5급 정도를 받아야 하지만 정밀진단을 해도 더 이상 급수가 상향 조정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대장암 진단까지 받은 송 씨는 "진폐 증상이 있는 근로자들이 많았지만 실제 진폐증으로 확인받기까지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했다.

이 밖에도 진폐증에 폐암까지 겹친 김모(76) 씨, 5년 전 진폐증 13급을 받은 서모(78) 씨, 진폐 7급 진단을 받은 김모(76) 씨, 13급 진단을 받은 김모(75) 씨 등도 연료단지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이다.

은희진 동구 안심2동 주민자치위원장은 "과거 진폐증인지도 모른 채 보상 한 푼 받지 못하고 고인이 된 노동자들이 적지 않다"며 "이들을 위한 대책이 하루빨리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료단지 측은 여전히 진폐증 환자는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연료단지 측 관계자는 "현재도 60대 후반에서 70대 노인들이 건강하게 일을 하고 있다. 현재 진폐증을 앓는 직원들은 없다"고 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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