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발전개혁위원회 펴냄(2011, 인민출판사)
중국의 살림살이를 총 48편의 문장, 380만 자, 2천372페이지에 걸쳐 기술한 책이 있다. 중국의 국가발전과 개혁위원회가 편집한 '국가 및 각 지역 국민경제와 사회발전-제12차 5개년계획 요강'이다. 상'중'하 3권으로 출판된 책은 2011~2015년까지 중국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살림계획을 마치 주부가 쓰는 가계부처럼 조목조목 적었다. 중앙정부의 계획이 적시되어 있는 첫 장에는 국가 전체의 운영 방침과 방향을 설명했고, 그다음 장부터는 각 지방의 상황과 계획을 꼼꼼하게 적었다. 중국에 대해 문외한인 누구라도 이 책을 읽으면 중국의 나라 살림을 대충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이 자세하고 구체적이다.
각 지방의 사정도 소상히 밝히고 있다. 중국이 가진 고민을 전 중국인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적은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향후 5년간의 국가발전계획을 알 수 있고 국가계획에 맞추어 자신의 계획을 설계할 수 있다. 물론 계획과 실제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할지를 국민들에게 알려주는 것은 국가의 당위에 해당한다. 그런 점에서 중국정부가 발간한 이 책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고 예의이다.
그러면 우리사회는 어떠한가? 국민의 알 권리, 집회결사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되어 있고, 정보공개가 일상화되어 관공서를 개인서가처럼 들락거리고, 수많은 언론이 우후죽순처럼 솟아나 정보의 홍수를 만들고 있다. 그런데도 나라 살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아는 이가 없다. 중앙정부의 각 기관과 지방정부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겉치레뿐인 형식적인 내용 몇 줄과 광고뿐이다. 그것도 해당기관 스스로 평가한 자화자찬과 포장 일색이다. 국민과 살림을 함께한다거나 고민을 나누는 내용은 고사하고 그런 느낌조차 없다.
'삼인행(三人行) 필유아사(必有我師)'라 했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사회주의 중국이라도 배워야 할 민주(民主)가 분명히 있을 법하다. 당장 중국처럼 두꺼운 책자를 발간하지는 못하더라도 중앙정부, 지방정부 모두 국민과 함께 의논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국가가 살림살이를 국민에게 고하는 것은 첫 번째가 주인을 섬기는 도리이고, 둘째가 신뢰 획득의 시작이고, 세 번째가 지지를 얻는 첫걸음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참된 민주로 가는 시작이다.
이정태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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