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뮤직토크(81)] 존 콜트레인 (상)

"연습은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예술적 행위"

재즈가 생기지 않았다면 색소폰이라는 악기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을 수도 있다. 색소폰은 1840년경 벨기에 사람인 아돌프 색스에 의해 발명되었고 일부 취주악에서 연주되긴 했지만 특유의 울림 때문에 관현악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악기였다.

하지만 미국으로 건너온 이후 비교적 배우기 쉬운 연주법 덕분에 빠른 속도로 일반화 과정을 겪게 된다. 특히 재즈에 있어서 클라리넷이 지배적이던 목관 독주의 자리를 승계하는데 비밥 시대에 와서 가장 주목받는 악기가 된다.

재즈계에서 주목받게 된 색소폰은 비밥 시대 이후 수많은 스타 연주자를 배출한다. 찰리 파커를 시작으로 속속 등장하는 스타급 연주자들은 색소폰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면서 새로운 스타일을 고안해 내기 시작한다. 이런 이유로 재즈를 주의 깊게 듣는 애호가들은 색소폰 연주자의 계보를 따라 음반을 수집하고 감상하기도 하는데 1960년대 등장한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에 와서는 찬사와 당혹감을 동시에 가지게 된다.

존 콜트레인은 1944년 지미 존슨 악단에서 음악 생활을 시작한다. 비교적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12세 때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잇따른 죽음으로 큰 충격을 받게 되고 이후 혼자서 악기 연습에만 몰두하는 어린 시절을 보낸다. 이때 생긴 습관은 이후 지독한 연습광으로 알려지게 되는 계기가 되는데 존 콜트레인에게 있어서 연습이란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예술적 행위기도 했다.

태평양전쟁 중 하와이에서 군복무를 마친 존 콜트레인은 찰리 파커와 디지 길레스피에 의해 고안된 비밥 스타일에 영향을 받고 디지 길레스피, 자니 호치스 밴드에서 활동한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알려진 시기는 마일스 데이비스와의 활동 부터다. 특히 마일스 데이비스의 마라톤 4부작 시리즈로 유명한 Cookin', Relaxin', Steamin', Workin'에서의 연주는 존 콜트레인을 당대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대중들에게 각인시킨다. 이후 라이벌 관계에 있던 소니 롤린스의 'Tenor Madness'에 참여하는데 이때 펼치는 연주 경연은 색소폰 연주 미학의 정점을 이루기도 한다.

라이벌이 한 앨범에서 펼치는 경쟁은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며 당대 대중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고 지금까지도 최고의 앨범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마일스 데이비스 밴드에서 최고의 시기를 보내던 존 콜트레인은 불행하게도 약물에 손을 대게 되고 밴드에서 해고되는 불운을 겪는다. 마일스 데이비스 자신도 약물의 폐해를 경험한 탓에 다시는 약물에 손을 대지 않겠다는 약속을 수차례 받았지만 거듭되는 상황에 해고를 통보한다.

이후 피아니스트 셀로니어스 몽크와 앨범 'Thelonious Monk With John Coltrane'을 발표하는데 이때의 작업은 존 콜트레인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셀로니어스 몽크가 가진 특유의 신비적이고 동양적인 철학관이 존 콜트레인의 세계와 만나게 되는 것이다.

권오성 대중음악평론가 museer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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