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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의 시와 함께] 애인은 토막 난 순대처럼 운다-권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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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애인의 울음은 변비 비슷해서 두 시간째

끊겼다 이어졌다 한다

몸 안을 지나는 긴 울음통이 토막 나 있다

신의주찹쌀순대 2층, 순대 국을 앞에 두고

애인의 눈물은 간을 맞추고 있다

그는 눌린 머리 고기처럼 얼굴을 눌러

눈물을 짜낸다

새우젓이 짜부라든 그의 눈을 흉내 낸다

나는 당면처럼 미끄럽게 지나간

시간의 다발을 생각하고

마음이 선지처럼 붉어진다 다 잘게 썰린

옛날 일이다

연애의 길고 구부정한 구절양장을 지나는 동안

우리는 빨래판에 치댄 표정이 되었지

융털 촘촘한 세월이었다고 하기엔

뭔가가 빠져 있다

지금 마늘과 깍두기만 먹고 견딘다 해도

동굴 같은 내장 같은

애인의 목구멍을 다시 채워줄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버릇처럼 애인의 얼굴을 만지려다 만다

휴지를 든 손이 변비 앞에서 멈칫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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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속의 비유가 하나의 완전한 건축물처럼 잘 짜여 있을 때, 시 읽는 기쁨이 더욱 커집니다. 오랜만에 순댓집에서 옛 애인과 만나는 장면을 그리고 있는 이 시에 그런 비유가 재미있게 사용되고 있네요. 모든 것이 순댓국과 관련된 비유로 꾸며져 있지요.

우스꽝스러운 재회 장면과 맞물려, 눌린 머릿고기, 새우젓, 당면, 선지, 융털, 내장 등이 술술 풀려 나오네요. "당면처럼 미끄럽게 지나간 시간"이 만든 거리감이 쓸쓸하네요. 그래서 옛 애인은 다시 안 만나는 것이 좋다고 하는지도 모릅니다.

시인·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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