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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 '의료기기 리베이트' 수억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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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의료원 등 9곳 적발…건강보험 혈세 줄줄이 새

시장 규모가 무려 6조원에 달한다는 의료기기 유통시장에서 지역의 영남대의료원 등 국내 대형병원들이 수억원대 리베이트를 챙겨온 사실이 밝혀졌다. 의약품 유통에 만연한 거액의 리베이트 수수 관행이 의료기기 거래 과정에서도 확인된 것이다.

그동안 의약품과 달리 의료기기는 리베이트 수수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었다. 그러나 2010년 11월부터 불법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업체와 의사'약사를 함께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가 도입됐고, 이후 의료기기 관련 리베이트가 적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반장 김우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은 인공관절, 심혈관용 스텐트(혈관이 막히는 것을 막기 위해 혈관에 집어넣는 그물 모양의 관) 등 의료기기를 납품하면서 약 19억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케어캠프, 이지메디컴 등 의료기기 구매대행 업체 2곳과 종합병원 9곳을 적발해 병원 관계자 등 1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수사반에 따르면 의료기기 구매대행업체 케어캠프 대표 이모(60) 씨와 이사 김모(53) 씨는 2010년 11월부터 1년간 영남대의료원 등 6개 병원에 정보이용료 명목으로 약 17억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른 구매대행업체인 이지메디컴 영업본부장 진모(41) 씨와 컨설팅사업부장 김모(41) 씨도 3개 병원에 2억4천여만원을 리베이트로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케어캠프와 이지메디컴 두 업체는 국내 의료기기 유통시장 1, 2위로, 전체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리베이트가 아니라 정보이용료와 창고 임차료 명목으로 정당하게 지급한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적발된 병원은 영남대의료원(1억원), 경희대의료원(5억6천만원), 한림대성심병원(3억7천만원), 삼성창원병원(3억5천만원), 강북삼성병원(2억2천만원), 강동경희대병원(1억원), 건국대병원(1억원), 제일병원(8천400만원), 동국대병원(4천700만원) 등 9곳.

수사반에 따르면 구매 대행업체들은 의료기기 납품가를 건강보험공단이 제시해놓은 '보험 상한가'까지 부풀려 청구한 다음 실제 납품가와 차액을 병원 측에 돌려주는 방식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건강보험공단은 환자를 치료하는 데 꼭 필요한 약이나 치료재료는 품목별로 정해둔 상한가만 넘지 않는다면 병원이 청구하는 대로 지급하고 있다.

이번 검찰 수사는 지난해 10월 경희대의료원 의사들이 리베이트 분배를 두고 벌인 폭행사건이 계기가 됐다. 의대 교수들끼리 리베이트로 조성한 수억원대의 운영비를 두고 주먹다툼을 벌였고, 이 싸움을 수상하게 여긴 보건복지부 조사과정에서 경희대의료원 직원이 실수로 의료기기 구매대행사와 병원이 체결한 이중계약서를 제출해 단서를 제공한 것. 조사 결과 의사들은 1억5천여만원의 리베이트를 누가 관리할 것인지를 놓고 갈등을 빚다 싸운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 대학병원 한 관계자는 "단순히 개개인 사이에 돈을 주고받은 문제가 아니라 합법적인 절차를 가장해 리베이트가 오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번에 적발된 것은 그저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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