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한국갤럽이 국민 1천 명을 대상으로 여름철 휴가 여행 계획을 조사한 결과 평균 휴가 여행 기간은 2.8일, 비용은 1인당 21만7천원이었다. 우리 국민 전체로는 올 여름휴가 때 쓰는 돈이 무려 3조8천억원에 달한다고 하니 그 규모 또한 만만치 않다.
휴가 계획이야말로 개인별로 천차만별. 북적이는 성수기에 이름난 명소를 찾아가야 제 맛이라는 이들도 있겠지만 자신만의 휴가를 계획하는 이들도 있다. 휴가철 관광지의 비싼 물가도 유명 휴가지를 피하게 하는 원인 중 하나다.
이런 이유로 휴가철 피서지에 대한 고민이 깊은 시민들께 올여름 평균 휴가 비용의 100분의 1로 즐길 수 있는 도심 속 휴가 명소를 소개할까 한다. 버스 왕복 요금 2,200원이면 다녀올 수 있는 곳, 바로 대구의 보물 '앞산'이다.
앞산은 행정구역상 남구와 수성구, 달서구에 걸쳐 있으며 8개의 크고 작은 골과 20여 개의 약수터, 수많은 등산로가 뻗어 있는 대구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녹색의 열린 공간이다. 그중에서도 지난 2010년 조성된 앞산 자락길은 용두골에서 달비골까지 13.6㎞에 이르는 숲 속 오솔길로 누구나 편안히 사색하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특히 남구에 속하는 매자골과 고산골 메타세쿼이아 길 사이 7.6㎞ 구간은 앞산 자락길 중에서도 경관이 뛰어나고 경사가 완만해 평소에도 많은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남구청에서는 이 구간 나무와 식물에 이름표를 부착해 자연스럽게 생태 학습의 장이 되도록 하였으며 지난봄에 심은 2만여 송이의 야생화는 계절별로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내고 있다.
또 앞산 자연생태학습장과 숲 학교를 운영하며 휴가나 방학을 이용해 이곳을 찾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자연염색과 흙 놀이, 곤충 관찰, 걷기 명상, 역사 탐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며 자락길을 충분히 즐겼다면 자락길과 이어지는 '앞산 맛둘레길'로 발길을 돌려보자.
국토해양부의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 사업에 선정되어 대구의 대표적인 웰빙거리로 거듭나고 있는 맛둘레길은 앞산 빨래터공원에서 현충삼거리에 이르는 1.5㎞ 구간으로 2014년까지 총 1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어 녹색웰빙거리와 로하스벨트 등을 구축 중이다. 40여 곳의 음식점이 밀집되어 있는 맛둘레길은 현재 간판개선사업을 비롯해 육교와 옹벽 등 디자인개선사업을 마친 상태이며 차로를 줄이고 인도를 늘려 걷기 편한 보행길로 조성되어 있다. 특히 최근에는 야간조명사업이 마무리되어 인기 포토존으로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자락길과 맛둘레길에서 눈과 배를 채웠다면 이번에는 '대구의 몽마르트르'라 불리는 앞산 카페마을 녹색길로 나서보자. 앞산네거리에서 순환도로 쪽으로 올라가는 길에 위치한 현충로와 남명삼거리 일대가 바로 앞산 카페마을 녹색길로 최근 2, 3년 사이 거리 풍경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현재 이곳에 자리한 카페와 레스토랑, 커피전문점과 갤러리는 모두 50여 곳. 저마다 독특한 맛과 멋으로 여느 유명 휴양지 못지않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앞산 여름 투어의 마지막 백미를 장식할 곳은 안지랑 곱창골목이다. 1980년대 이후 자연스럽게 형성된 안지랑 곱창골목에는 현재 60여 곳의 음식점이 성업 중이며 지난 2010년 보건복지부 원스푸드 거리로 지정되면서 대구의 대표적인 먹을거리 골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자락길과 맛둘레길, 카페마을 녹색길을 지나오며 노곤해진 몸과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정겨운 이와 술 한잔 기울이며 여름밤 추억 만들기엔 이만한 곳이 없다.
무더운 여름 황금 같은 휴가를 의미 있게 보내고 싶으신 분,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처럼 '앞산'의 매력을 미처 느껴보지 못한 분들에게 올여름 앞산 투어를 자신 있게 권해 본다.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산책로와 몸에 좋은 우리 음식, 독특하고 이국적인 거리에서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삶의 여유와 행복을 찾아보시기 바란다.
임 병 헌(대구 남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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