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인데 벌써 30℃가 훌쩍 넘었네요. 건설현장에 분진이 많아 땀과 먼지가 얼굴에 뒤엉키죠. 하지만 댐이 튼튼히 건설돼 주민들이 풍족하게 물을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이 정도는 즐거운 마음으로 견뎌야죠."
2일 오전 청송군 안덕면 성재리 한국수자원공사 성덕댐 건설현장. 안전모를 깊게 눌러쓴 성덕댐건설단 강민섭(43) 공사감독은 무더운 날씨 속에서 자갈더미 위에서 이리저리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강 감독은 "여기는 골재 생산설비가 있는 곳으로 상부 수몰지에서 직접 암석을 채취해 분쇄과정을 거쳐 자갈로 만드는데, 혹시나 이물질이 포함돼 있는지 육안검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분진이 날려 눈조차 잘 뜨지 못하는 상황에서 강 감독을 비롯한 현장 근로자들은 뜨겁게 달궈진 돌조각을 들고 연신 이리저리 살펴본다. 성덕댐 건설은 콘크리트 23만㎥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 양을 감당하기 위해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하지만 분쇄과정에서 불순물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하나하나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강 감독의 주요 역할이다. 이곳에는 모두 7명이 장비 운전부터 불순물 검사, 차량 운반까지 작업을 맡고 있다.
강 감독은 "햇볕에 반사되는 돌을 오래 보고 있으면 눈앞이 캄캄해지고 머리가 핑핑 돌 때가 있다. 그럴 땐 물로 정신을 차려야 한다. 주머니마다 물병을 넣고 수시로 얼굴과 목을 축이며 열을 식혀줘야 한다. 아니면 쓰러질 수 도 있다"고 했다.
강 감독을 따라 본댐 상부 현장에 올라갔다. 거푸집, 용접, 철근 조립, 콘크리트 타설 등 근로자들은 각 분야에서 분주히 움직였다. 50t급 크레인 두 대가 굉음을 내며 하부에서 콘크리트와 자재들을 날랐다.
"철근이 맨살에 대면 바로 화상입니다. 조심하세요."
취재진이 지상 암반에서 58m 높이의 아래를 내려다보다 아찔해 맨손으로 콘크리트에 박아놓은 철근을 잡다 손을 벌겋게 데였다.
강 감독은 앞주머니에서 화상연고를 꺼내며 "처음 현장에 온 사람들이 항상 이런 실수를 해 아예 연고를 갖고 다닌다"며 "철근은 상온에서 70℃ 넘게 올라가기 때문에 함부로 잡으면 큰일난다"고 했다.
지름 15cm의 호수에 연결된 물관을 열고 바닥을 향해 연신 물을 뿌리고 있는 한 근로자는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끝나면 표면에 열로 인한 균열이 생길 수 있어 양생포라는 헝겊을 덮고 그 위에 5일 이상 물을 뿌린다"며 "콘크리트 바닥도 더운 날씨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때 한쪽에서 "감독님! 물 좀 대주세요"라며 인부가 모자를 벗어 감독에게 손짓했다. 강 감독이 물 호수를 돌리니 인부는 허리를 숙여 머리를 감았다, 머리를 위로 걷어 올리기도 하고 얼굴도 씻고 목에도 끼얹었다. 이들 뒤로 몇몇 인부가 다가와 줄을 서며 차례로 더위를 식혔다. 인부들은 안전모 밑으로 굵은 땀을 연신 흘리면서도 살수작업을 계속했다.
강 감독은 본댐 밑으로 내려가 우측의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곳은 댐의 내부를 측면으로 터널식 구멍을 파 본댐 전체의 내부를 점검하는 곳인데, 시원한 바람이 들어온다"며 "현장을 7시간 정도 돌고 마지막으로 이곳 '갤러리'에 오면 하루가 거의 정리된다"고 말했다.
청송'전종훈기자 cjh4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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