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를 130여 일 앞두고 대선 정국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정치판에서는 정책을 내놓고 토론하거나 비전을 검증하는 미래지향적인 경쟁은 자취를 감춘 반면 상대방의 과거 행적을 들추고 막말을 퍼붓거나 헐뜯고, 마타도어를 퍼뜨리는 등 저차원적 공세만 판을 치고 있다.
민주통합당 이종걸 최고위원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 '페어플레이 실종'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는 5일 새누리당의 공천헌금 의혹 사건을 짚으며 "'공천헌금'이 아니라 '공천장사'입니다. 장사의 수지계산은 직원의 몫이 아니라 주인에게 돌아가지요. 그들의 주인은 박근혜 의원인데 '그년' 서슬이 퍼래서 사과도 하지 않고 얼렁뚱땅…"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한 네티즌이 "'그년'이라는 표현은 좀 격이 안 맞는다"라고 하자 이 최고의원은 "'그년'은 '그녀는'의 줄임말"이라고 했다가 다시 "오타였다"고 말을 바꿨다. 이에 대해 박 후보 캠프는 거세게 항의했고, 진보논객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까지 "이종걸 최고의원의 막말. 저속하고 유치한 인신공격. 이 분이야말로 국회에서 제명해야 할 듯"이라고 비판했다.
정치대담집 출간과 TV 예능프로그램 출연으로 지지율이 상승한 안철수 서울대 교수에 대한 검증을 놓고도 지나치게 '과거 회귀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안 교수가 과거 분식회계로 기소된 대기업 총수의 구명 운동에 나섰고, 재벌들과 인터넷은행을 설립키로 했으며, 대기업 사외이사 재직시절 문어발식 확장을 간과했다는 것이 최근까지 나온 '안철수 검증'의 대부분이다. 하지만 최근 안 교수가 내놓은 '복지'정의'평화'라는 정치철학과 비전, 국정운영 계획 등에 대해선 '초등학교 수준'이라는 비꼼만 있지 조목조목 반박하거나 대응한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야권에서도 대선 경선 후보들 간에 과거 행적을 둘러싼 정쟁이 난무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손학규 후보는 토론회마다 한나라당 탈당 전력을 두고, 문재인 후보는 노무현 정부의 실정(失政) 책임론을 두고, 김두관 후보는 '리틀 노무현'이라는 꼬리표를 두고 서로 흠집 내기가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여기에다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출산설' '성 접대설'(방북 당시) 등이 나오고 있고, 새누리당 공천헌금 의혹 사건의 '청와대 기획설', 방탄국회 비판을 피하려는 '박지원 배후설'도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공천헌금 파문과 관련 새누리당 비박 경선 후보들이 '경선 보이콧'을 선언했다 사흘 만에 '없던 일'로 하는 행태도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
정치권 인사들은 "원색적이고 말초적인 정치판의 네거티브 공세가 거세지면서 국민들의 '정치 혐오'나 '선거 혐오'가 더욱 심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올림픽에서 볼 수 있는 페어 플레이는 실천하지 못하더라도 원색적인 막말과 헐뜯기, 마타도어가 판을 치고 민의를 왜곡하거나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비생산적인 대선판이 민주주의를 교란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을 대선 경선 후보들은 물론 정치인 모두 새겨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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