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은 유럽에서 국제회의가 자주 열리기로 유명하다. 이는 오스트리아에 유엔본부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 유엔은 뉴욕, 제네바, 나이로비와 더불어 빈에도 본부를 두고 있다. 국제원자력 관련이나 환경 관련 회의는 이곳에서 주로 열린다. 유엔의 개발도상국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들이 이곳에 입주해 있다. 아랍권 총회나 남미 정상회담도 자주 열리며 석유개발국기구(OPEC)도 이 부근에 있다. 세계의사대회도 빈에서 열린다.
유엔건물이나 다른 국제기구들이 빈에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뉴 도나우 프로젝트 덕분이다. 빈의 남쪽인 카그란 지역은 늘 홍수 피해를 입어 주민들은 거주하기를 꺼렸다.
오스트리아 정부 및 빈 자치정부는 카그란 일대를 개발하기 위해서라도 뉴 도나우 프로젝트를 완공시키기로 작정했고, 강의 범람을 막아내자 대표적인 지역 개발 프로젝트로 유엔본부 유치에 나섰다. 냉전 체제에서 미국과 러시아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들도 중립국인 오스트리아에 본부를 두는 것에 반대하지 않았다. 유엔본부는 빈에서 최초로 근대 고층 건물로 세워져 명소로 떠올랐고, 회의가 없는 경우에는 하루 2회 가이드 투어로 관람이 가능하다.
이 건물은 오스트리아가 유엔을 위해 단돈 1달러에 부지와 같이 기증한 것으로 유명하다.
5월 21일 오스트리아 빈 남단 유엔본부 건물 옆에 자리 잡은 바이어 도나우(via-DONAU)를 방문했을 때다. 도나우 강의 개발에서부터 유지 관리 등 모든 것을 책임지는 이 기관은 요즘 체코와의 국경을 접한 지역에 댐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토마스 하틀 수석연구원은 "이 프로젝트는 개발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도나우 강의 일정한 수량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EU에서 자국만을 위한 강 형상 변경은 있을 수 없는 일. 그는 "특정 국가에서 수량을 유지하지 못하면 10개국을 흐르는 강이 생명을 잃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이 댐 건설을 양해했다"고 했다.
그러나 요즘 EU에서도 댐 건설은 반대가 심하다. 헬렌 길카로프(여) 홍보담당은 "체코 접경 지역 댐 건설은 이미 오래전에 확정된 것이다. 만약 지금 댐을 만들 계획을 한다면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홍수방지 및 수량 확보보다는 강을 원형대로 보존함으로써 얻는 이득이 더 많기 때문이라는 것.
EU도 지금보다 환경이 더 악화될 여지가 있는 개발은 안 된다는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다. 지금 EU는 수질악화방지에 주력하고 있어 강 주변의 난개발은 절대 금지다.
1948년 강이 지나는 10개국이 모여 '벨그라드 협약'을 체결했다. 해당 국가 구간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한 모든 책임은 각국에 있다는 것. 2009년에는 '플래티나'(PLATINA) 협약을 통해 친환경적인 선박운행과 강 관리에 대한 기준도 만들었다.
다국적 강의 특성상 강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량 유지. 도나우 강의 강물 깊이는 항상 2.5m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이는 길이 2천680㎞의 강이 통과하는 10개국 모두 공통된 사안이다. 깊이가 이에 미치지 못하면 준설을 해야 할 책임은 해당 국가에 있다.
강 준설을 하고 나면 이 준설토는 강을 위해 사용한다. 깊이 팬 웅덩이를 메우고, 새로운 물길을 조성해 물고기들이 잘 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도나우 강은 주로 화물선이 다니지만 운반에 제한을 하는 것은 없다. 만약 강에 오염 사고가 나면 10개국의 즉각적인 국제공조가 가동된다.
도나우 강은 지난 세기에서 개발위주였다면 현재는 보존 위주로 정책 방향이 바뀌고 있다. 콘크리트, 돌제방 등을 쌓던 추세에서 벗어나 물의 흐름을 과거대로 보존하는 원형 복원방식으로 진행해 현재 오스트리아 구간에만 30㎞를 복원했다. 도나우 강이 지나는 각국들도 도나우 강을 원형대로 보존하는 노력들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토마스 하틀 연구원은 "오스트리아가 가장 적극적"이라고 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 속에서 친환경상을 받기도 했다.
도나우 아우앤(도나우 늪지대) 개발도 빈 시민들의 반대가 심했다. 없는 것을 새로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기존 구조물들을 새로운 형태로 다듬는 것인데도 반대가 심한 것. 그래서 현재 국립공원+대학+행정기관, 바이어 도나우 등이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
빈에서 최정암기자 jeong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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