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퓨전·팩션 뒤범벅, 조선시대판 '도둑들'-'왕자와 거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VS 나는 왕이로소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아버지 누명에 복수 나선 서자 각분야 제일 고수 불러모아 서빙고 얼음 3만정 훔치기 나서

◆나는 왕이로소이다=세자 부담 느낀 충녕 궁궐 탈출 노비와 역할 바꿔 생활…고난 이기며 '성군' 자질 갖춰

먼저 소개할 영화는 조선 시대 '얼음'을 몽땅 털기 위해 나선 전문가들의 이야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이다. 불볕더위가 계속되고 있는 요즘이기에 기막힌 타이밍에 극장가에 찾아왔다.

우의정의 서자인 덕무(차태현)는 얼음 독점권을 차지하려는 좌의정 '조명수'에 의해 아버지가 누명을 쓰게 되자 그를 응징할 방법을 찾는다. 그것은 바로 서빙고의 얼음을 통째로 털겠다는 것이다. 이에 덕무는 서빙고를 관리하다 조명수 일당에게 파직당한 '동수'(오지호)와 손을 잡고 작전을 성공하기 위해 조선 제일의 고수들을 찾아 나선다. 이윽고 그들은 한양 최고의 돈줄을 물주로 잡는가 하면 도굴 전문가, 폭탄 제조 전문가, 변장술의 달인, 총알 배송 마차꾼까지 각 분야 전문가들을 불러 모으기에 이른다. 동수의 동생인 잠수전문가 수련(민효린)까지 합류하면서 계획은 완성되고 3만 정이나 되는 거대한 얼음을 훔치기 위해 그들은 본격적으로 움직인다.

사극과 코미디가 결합한 이 영화는 조선 시대 권력의 상징을 '얼음'으로 새롭게 설정하여 권력의 중심을 경제력으로 바꿔놓고 있다. 관객의 눈을 시원하게 해줄 대규모의 얼음과 각 분야의 전문가로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를 가진 배우들의 연기를 감상하는 것이 주요 볼거리가 될 것이다. 상영시간 121분, 12세 관람가.

한편 조선판 '왕자와 거지'를 연상시키는 내용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나는 왕이로소이다' 역시 이번 주 극장가를 찾는다. 요즘 조선 시대 왕 중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는 '세종'이라는 실존인물의 역사에 픽션을 가미해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놓고 있다.

조선 건국을 주도한 후 왕위에 오르며 강력한 왕권을 확립한 태종은 첫째 양녕보다 책벌레인 셋째 아들 충녕을 세자에 책봉하려 한다. 그러나 정작 세자의 자리가 부담스러웠던 충녕은 고민 끝에 궁을 탈출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런데 월담을 하고 자신과 똑 닮은 '덕칠'이라는 노비와 만나게 되면서 역사는 새로운 이야기로 만들어진다.

이 영화는 세종이 어린 시절 온실 안의 화초와도 같은 생활을 벗어나 궁궐 밖에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나가며 훌륭한 왕의 자격을 갖추게 된다는 점에서 성장영화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또한, 관객은 지성은 가졌지만, 자립심이 부족한 왕자와 다혈질이지만 본능이 앞서기에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노비 덕칠이 역할을 바꿔 생활하는 모습에서 인물과 그 인물을 둘러싼 환경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의 즐거움 역시 찾을 수 있게 된다. 상영시간 120분, 12세 관람가.

아마 두 영화의 제작진들은 앞서 개봉했던 '최종병기 활'이나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과 같은 흥행을 기대하며 개봉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 목표가 희망대로 이루어질지 관객들은 어느 쪽에 더 많은 선호도를 보일지 주말 박스 오피스의 결과를 기다려본다.

김삼력 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ksr@y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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